농사를 지으려면 죽이는 법부터 배웁니다.
1.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식물이란 농작물과 잡초, 이 두 가지 종류 뿐입니다. 잡초는 죽여야 할 대상입니다.
망초와 개망초, 꽃다지, 냉이, 뽀리뱅이, 광대나물, 엉겅퀴, 토끼풀, 괭이밥 등.
수 없이 많은 식물들은 잡초가 되어 죽임을 당합니다. 이름 따위는 상관 없습니다.
농작물을 심기 전에 트랙터 회전날로 흙을 갈고, 제초제를 이용해서 싹이 나지 않게 하거나 혹은 싹이 난 식물들을 죽입니다.
시기에 따라, 식물 종류에 따라 죽이는 약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검은 비닐을 덮어서 농작물 주위에는 어떤 식물도 자라지 못하게 만듭니다.
새로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들에게는 이 잡초들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잡초도감이나 식물도감에서 사진으로 이름을 확인할 뿐입니다. 오랜시간 농사를 지은 분들에게도 마찬가지 입니다.
농작물 이외의 풀들은 전부 잡초라고 부릅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잡초를 '지심'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죠.
거의 모든 잡초들은 나물이 된다는 것을 이분들은 알고 계십니다만, 나물은 집 근처나 밭 근처에서 캐지 않습니다. 차라리 장에 나가서 사먹거나 아주 먼 곳까지 나가서 캡니다. 집 주위나 밭 주위에는 수시로 제초제를 뿌리기 때문입니다. 가끔 시골살이 경험이 없는 도시 분들이 근처에 왔다가 아는 풀들이 보이면 캡니다만 사람이 먹으면 안되는 풀들이죠.
나물을 캐 먹지 않으니 그것들을 구분해서 캐는 방법과 요리법은 대가 끊깁니다.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전해져 내려오던 100가지 이상의 나물들, 들에 흔하게 피는 식물들을 나물로 먹던 지혜를 농부들은 잃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먹을게 천지인데 왜 그런것까지 캐 먹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따뜻한 비닐하우스에서 제철이 아닌 시기에 거름 듬뿍 뿌려서 급하게 키운 나물들만 사서 드셔 본 분들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노지에서 햇빛과 비와 눈을 맞으며 단단하고 작게 자란 나물들은 100가지 맛과 100가지 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죠.
농업생태계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식물의 다양성이 사라진 농업생태계는 극단적입니다. 그것으로 인해 개인적 비용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더구나
풀이 나지 않는 농지에서는 매년 엄청난 양의 토양이 하천으로 쓸려갑니다.
이런(e-run)농원에서는 모든 식물들을 다 죽이는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반대합니다.
2.
산이나 들에는 엄청난 숫자의 벌레들이 살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벌레부터 아주 큰 벌레까지, 그 벌레들은 서로 먹고 먹히며 먹이사슬을 이루고, 조류나 양서류, 파충류, 더 나아가 사람에 이르기까지 큰 생태계를 이룹니다.
우리는 해충과 익충으로 벌레들을 구분하는 방법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사실 익충이라는 개념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 벌레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농지에서 발견되는 모든 벌레들은 해충이 되고 잡혀서 죽거나 살충제를 맞습니다.
농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죠.
집 안에서 발견되는 모든 벌레들은 해충이 되니 즉시 죽임을 당하고, 풀과 나무가 있는 도시의 공원에서도 벌레가 많으면 민원이 들어옵니다. 담당자들이 나와서 살충제를 뿌려야 하죠. 살충제는 익숙하지만 벌레들은 익숙하지 않은 요즘 사람들입니다.
'진딧물' 이라는 벌레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에 있는 진딧물의 종류는 400 종이 넘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번식 속도가 엄청나게 빠릅니다. 종과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경우 일 년에 30세대 이상 번식하기도 합니다. 더 빨리 번식하기 위해 진딧물들은 알이 아닌 새끼를 바로 낳습니다. 새끼 진딧물은 나오면서부터 임신 상태로 나옵니다. 나온 즉시 또 다른 새끼를 낳습니다. 살충제를 뿌려서 99% 의 진딧물을 몰살시킨다 하더라도 남은 1% 의 진딧물은 일주일 후에 전과 같은 숫자를 회복합니다. 밀도가 높아지면 날개가 달린 진딧물이 생기면서 그 옆으로 이동합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봐야죠. 산과 들이 진딧물로 덮히지 않는 이유를요.
흔히 알고 계시는 무당벌레가 진딧물의 천적입니다. 성충과 유충 모두 매일 100~200 마리의 진딧물을 잡아먹습니다. 무당벌레도 종류가 많지만 그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풀잠자리, 병대벌레, 침노린재, 기생벌, 꽃등에 유충, 거미, 사마귀 유충 등이 전부 진딧물의 천적입니다. 진딧물이 그만큼의 번식 속도를 가지지 못했다면 아마 멸종 했을겁니다.
농업생태계에 진딧물은 많지만 그 천적들에 의해서 진딧물 숫자가 제어되지 않는 이유는 살충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살충제를 사용해서 99% 의 진딧물이 다 죽고 단 1% 만 살아남는 경우, 그 살아남은 진딧물은 며칠 후에 원래대로 숫자를 회복하지만 진딧물의 천적들은 적어도 1년 혹은 수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숫자를 회복합니다.
"효과 좋은 진딧물 약이라고 해서 쳤는데, 다음주에 보니 그대로 있더라구요. 더 좋은 약 없어요?"
한 마리가 수만 마리로 번식한다는 것을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그 댓가로 더 많은 돈을 들여서 더 강한 살충제를 구입해서 더 진하게 쳐야 하고, 수많은 진딧물의 천적들까지 다 죽였으니 이제 계속 살충제에 의존해야 합니다. 고 비용 농업의 시작이고, 지속 불가능한 농업의 시작입니다.
사실 농업생태계의 모든 벌레들이 죽임을 당하는 데는 소비자들의 책임도 큽니다.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하는 분들조차 벌레자국이 있는 농산물은 싫어하거든요. 그러니, 대부분의 유기농 농가에서도 모든 벌레들을 죽이면서 농작물을 키웁니다. 물론 유기농업자재로 인정받은 성분으로 벌레를 죽이지만 먹이사슬과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유기농은 친인간이지만 친환경이 아닙니다.
이런(e-run)농원에서는 모든 벌레들을 다 죽이는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반대합니다.
3.
식물은 미생물과 공생관계에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입 안에도 미생물이 있고, 장 내에도 미생물이 있습니다. 미생물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탄수화물을 뿌리를 통해 분비합니다. 이 탄수화물은 미생물들의 좋은 먹이가 됩니다. 식물은 이런 방법으로 주위의 미생물들을 뿌리 근처로 부릅니다. 미생물들은 식물이 준 탄수화물을 먹으며 편하게 번식하게 됩니다. 식물의 뿌리 근처에 사는 미생물들의 종류만 해도 수만 종 이상입니다. 전체 숫자를 따지자면 수십 억, 혹은 수백 억 이상이겠죠.
이 미생물들이 없으면 식물들은 살 수 없습니다.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분해해서 무기물로 만들거나, 주위의 무기물들을 식물이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복잡한 상호작용이 미생물과 식물 뿌리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식물은 미생물 덕분에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미생물은 그 종류도 무척 많습니다.
죽은 식물들을 먹는 미생물도 있고, 살아있는 식물들을 먹는 미생물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이좋게 서로 먹이를 주고 받으면서 공생하는 미생물도 있죠. 미생물이 없으면 퇴비도 분해되지 않고, 벌레들의 똥이나 짐승의 똥오줌도 분해되지 않겠죠.
토양 속의 다양한 미생물 생태계는 특정한 병원성 미생물이 대량으로 번식하는 것을 억제합니다.
그래서
토양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으면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토양에 사는 미생물들의 다양성과 그 숫자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냐 하면
화학비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거나, 살균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경우, 그리고 같은 자리에 같은 식물을 계속 심는 연작을 하는 경우입니다.
관행농으로 집약적인 농사를 짓는 밭의 토양에서는 미생물의 종류와 숫자가 극히 적습니다.
그 결과로 퇴비를 섞어도 잘 분해되지 않고, 비료나 퇴비를 넣을 때 가스장해가 잘 생기고, 특정 병원균이 숫자를 급격히 늘리는 일이 많아서 농작물이 병에 자주 걸립니다. 이럴 때마다 비료와 농약을 더 쓰게 되니 문제는 더 심각해 집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외부에서 뭔가를 투입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생물까지 외부에서 넣기 시작합니다. 좋은 효과가 난다면 토양에 미생물들의 다양성이 많이 사라졌다는 의미겠지요.
미생물을 넣는 농법을 시도하기 전에 내가 농사짓는 토양에 미생물들이 왜 줄어들었나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런(e-run)농원에서는 모든 미생물들을 다 죽이는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반대합니다.
- 이런(e-run)농원에서는 밭갈이와 비닐멀칭을 하지 않습니다
- 이런(e-run)농원에서는 화학비료나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 이런(e-run)농원에서는 농업생태계 속의 생물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합니다.
▶ 이런(e-run)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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