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하늘을 보면 완전한 가을이다.
파랗고 짙은 하늘에는 높고 가벼운 구름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
멀리 있는 구름은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풍경은 해가 뜨기 전까지만 계속된다.
해가 올라오면 한여름의 뭉게구름이 정말 뭉게뭉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4번밭에 올라와서 땅콩을 캤다.
5월 5일에 파종했던 땅콩 두 줄 중에서 한 줄은 저번에 캤고, 남은 한 줄을 오늘 캤다.
알 숫자는 여전히 적은데 저번보다 알이 더 큰 느낌이다.
땅에서 캔 땅콩은 뒤집어서 잠시 말렸다.
오후에 다시 와서 걷을 계획이다.
탄저 증상이 나타나는 2번밭 칠성초가 조금 늘었다.
배추를 심은 뒤로는 고추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비라도 가끔 내리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배추와 무에 물을 주고 벌레까지 잡으려면 반나절은 훌쩍 지나간다.
다행히 칠성초에서 노린재 숫자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
짜리몽땅 칠성초 열매는
넓적배사마귀 성충과 길이가 비슷하다.
확인은 안되지만
이 녀석이 잡아먹는 나방 숫자도 제법 많을거다.
밭 뒤쪽의 칠성초 몇 그루에 단끈을 둘러서 표시했다.
내년에 심을 종자를 남길 때가 되었다.
여기 열매는 따지 않고 늦게까지 익히려 한다.
빨갛게 익은 칠성초를 땄다.
네 번째 수확이다.
오늘이 제일 더운 날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운 날이다.
오늘 딴 고추는 그늘에 잠시 말렸다.
1번밭 입구쪽 구석에 심은 대가리파.
토종 대파다.
얼마 전까지 호박과 조선오이 덩굴에 치여서 제대로 못자랐었다.
싹 정리하고 나니 숨을 좀 쉬는 것 같다.
낫으로 포기 사이의 풀들을 정리했다.
내년 봄까지 잘 살려야 채종이 가능하다.
대파 잎에 붙어있는 파좀나방 고치.
고치가 보인다는 것은
파좀나방 유충이 충분히 대파를 갉아먹고 번데기 과정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곧 성충이 된다.
몇 달 정도를 손도 안대고 방치했는데
파좀나방 고치 한 두개만 보일 정도면 아주 성공적이다.
구억배추 포기 사이의 풀들을 호미로 긁었다.
날이 뜨거우니 잡초들도 비실비실 힘이 없다.
잡초는 어릴 때 제거하는 것이 제일 편하다.
잠시 짬을 내서 호미로 슬슬 긁어주면 끝이다.
물론 그 짬이 잘 안나니 문제다.
4번밭에 땅콩 꼬투리 따러 왔다.
혹시나 흘린 땅콩이 있나 싶어서
지난주에 땅콩을 캔 자리를 호미로 긁어봤지만 별 성과가 없다.
호미 소리에 놀랐는지 왕귀뚜라미가 구멍에서 나와 주위를 살핀다.
2번밭과 4번밭에서는 왕귀뚜라미 숫자가 아주 많다.
식물 조각부터 죽은 벌레나 그 껍데기까지 다 먹어치우는 잡식성이다.
굴을 파고 땅 속에 들어가 있으면 진동을 아주 잘 느낄텐데
예초기를 돌려도 그렇고, 호미질을 해도 그렇고
왕귀뚜라미는 최대한 가까이 올 때까지 버티다가 그 자리를 벗어난다.
예초기 날에 맞는 일도 잦다.
구멍에 알을 낳은 것도 아닐텐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지킬 것이 많은 모양이다.
오늘 캔 땅콩은 물로 씻어서 펼쳐 말렸다.
저번보다 두둑 길이가 조금 짧은데, 나온 땅콩 양은 조금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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