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새벽에 그쳤다.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다.
땅은 적당히 젖었고, 공기는 아직 축축하다.
해가 나오면 좋을텐데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예초기 작업을 하려 했는데 풀이 다 젖어 있어서 오후로 미뤘다.
선명한 두 개의 발굽 자국.
고라니 발자국이다.
5-2번밭 밭벼를 심은 두둑 위를 천천히 지나갔다.
이 부분의 볍씨는 아주 깊게 묻혀버렸다.
싹이 나올수 있을지 궁금하다.
두둑을 만들면서 흙을 뒤집었더니
엄청난 양의 풀잎과 줄기, 뿌리가 밭 흙 속에 묻혔다.
점토 비율이 높은 흙이라서
항상 젖어 있고 공기가 잘 안통하니 썩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렁이들은 그런 유기물들을 먹고 산다.
먹이가 많으니 지렁이 숫자가 무척 많이 늘었다.
지렁이를 주로 잡아먹는 두더지 숫자도 덩달아 늘었다.
두더지들이 밭 아래쪽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두더지가 지나간 곳은 흙이 부풀어 오르고 갈라진다.
5번밭은 우리 밭 중에서 두더지가 가장 많은 밭이다.
볼 때마다 꾹꾹 눌러주고 있지만
막 나오려고 하는 싹이 부러질까 걱정된다.
5-2번밭 끝에 심은 단호박.
뿌리를 제대로 내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거다.
잎 색은 연하지만 아직 잘 살아있다.
4번밭 위쪽에 심은 긴호박.
밭에 물이 좀 고였다.
처음 나온 떡잎은 색이 바래고 힘없이 늘어졌다.
조금 더 짙은 색으로 새 잎이 나오는 것을 보니
아직 무사히 살아있다.
보리콩 꼬투리가 점점 커지면서 무거워진다.
빗물까지 잔뜩 머금으면서 전체 무게가 상당히 늘었다.
지지대가 슬쩍 휘고 그물망은 아래로 처졌다.
보리콩 무게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올 가을에 지지대를 세울 때는 좀 튼튼히 세워야 되겠다.
안쪽에서 콩이 커지고 있다.
올록볼록 두꺼워진 꼬투리에 콩의 모습이 드러난다.
작년 기록을 찾아보니 5월 14일에 처음 보리콩을 수확했었다.
햇빛이 좀 나면
내일이나 모레쯤 첫 수확을 해도 될 듯하다.
남도참밀 이삭에 알락수염노린재가 붙었다.
이 녀석도 편식하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는 노린재다.
물을 먹은 노린재는 동작이 아주 느리다.
가까운 곳에 풀색노린재도 붙었다.
암수가 정답다.
알락수염노린재와 함께 여기 4번밭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노린재다.
우리가시허리노린재가 가시시금치에 붙었다.
이 녀석들도 암수가 정답다.
시금치 씨앗이 점점 익어가는 중이다.
감자 몇 포기에서 꽃이 활짝 폈다.
작년 집 마당에서 키우던 수미감자는 흰 꽃을 피우더니
이번 수미감자는 흰 색에 분홍색 혹은 보라색을 슬쩍 섞은 듯한 색의 꽃을 피운다.
쓰러진 유채는 아직 녹색 기운이 많다.
꼬투리가 슬쩍 노랗게 변하면 자를 생각인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금 잘라서 말려도 되겠지만
그리 급할 것은 없으니 좀 더 기다리기로 한다.
구억배추와 교잡이 일어날까봐 꽃대를 계속 잘랐던 유채.
다른 유채들은 꼬투리를 가득 안고 쓰러지고 있지만
이제서야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꽃을 피우고 꼬투리를 잔뜩 달기 전에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3번밭에 들렀다.
다른 집 양파들은 뿌리가 충분히 커 있지만
우리 양파는 이제서야 뿌리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잦은 비 때문에 잎 상태는 좀 안좋다.
3월 3일에 파종한 밀.
늦게 심은 밀이라서 제대로 크지 못했다.
키는 대략 40~50cm 정도.
기온이 올라가면서
자라는 것을 그만두고 후손을 남길 준비를 한다.
작년 가을에 파종한 밀에 비하면
이삭 크기가 무척 작다.
씨 받으려고 준비 중인 조선대파.
아직 잘 살아있다.
씨는 아직 덜 익었다.
집에 와서 마당 화단을 정리했다.
히아신스와 부추, 그리고 뭔지 알 수 없는 식물들 몇 종류.
다 뽑고 호미로 정리했다.
뽑은 구근을 보니 작년 집 마당에 있던 꽃무릇 구근이 생각난다.
필요 없는 구근이라서 밖에 내놓고 말렸다.
그 자리를 정리하고 남은 해바라기 모종 여섯 포기를 심었다.
화단에서 뽑은 부추 뿌리는
잎을 자르고 텃밭 부추 자리 빈 곳에다 옮겨 심었다.
파종 11일차 목화.
쭈글쭈글 접혀서 올라오던 잎이 점점 펴진다.
펴지고 나니 잎이 제법 크다.
텃밭으로 쓸 두둑 두 개가 남아있다.
지난 초겨울에 덮었던 밀짚을 걷어내고 고랑에 깔았다.
흙이 부드럽다.
고랑에 깔아놓은 밀짚은 며칠 밟고 다니면 얇아진다.
몇 개 올라온 풀들을 호미로 긁어내고 두둑을 평평하게 다듬었다.
파종 34일차 들깨.
금방 정리한 두둑 위에 한 줄로 심었다.
포기 간격은 40cm.
틈나는 대로 잎을 따 먹을 용도로 심는 거라서 별 부담 없이 심었다.
남는 칠성초 모종도 들깨 포기 사기에 심었다.
빨갛게 익히기 전에 풋고추 따 먹을 용도로 심는다.
지지대 세우기가 귀찮아서 키를 낮게 키우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조선아욱 잎 색깔이 흐려지고 자라는 속도가 느려져서
옮겨 심기로 했다.
105구 모종판에 4~5알 정도씩 심었는데
자리가 좁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뽑을 수 있을만큼 자란 것들은 뽑아서 두둑에 옮겨 심었다.
포기 간격은 대략 15cm 정도.
아직 덜 자란 모종은 모종판에서 뽑지 않고 남겼다.
1번밭 시작부분에 있던 삼각형 모양의 두둑을 정리했다.
돌이 너무 많아서 손을 못대고 있던 곳이다.
앞 부분에는 옮겨심은 귀쑥이 자라고 있다.
주먹만한 돌부터 머리통만한 돌까지 백 개 이상 골라냈나보다.
바람도 적당히 불고 햇빛이 좋은 날이다.
축축한 기운은 점심 때쯤 사라졌다.
점심 이후에 예초기를 들고 6번밭에 들렀다.
밭 주위의 풀을 예초기로 밀었다.
빈 두둑은 일부만 남기고 거의 다 정리했고
마늘이 자라는 두둑 근처는 아직 하지 않았다.
배터리가 떨어져서 일단 철수.
집에 와서 엔진 예초기 시동을 걸었다.
2번밭 배수로쪽에 가득 있던 소리쟁이와 다른 풀들을 예초기로 밀었다.
반 조금 넘게 했다.
끝에 남은 부분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머위가 잔뜩 올라온 부분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일단 주위의 풀들만 조심해서 깎았다.
파종 36일차 대파.
잎 끝이 노랗게 변하면서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상토의 영양분을 더 이상 흡수할 수 없어서 생기는 증상이다.
금방 옮겨심을 계획으로 좁은 406구에 대파를 파종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옮겨 심을 두둑이 아직 없다.
당분간 좀 넓은 곳으로 이사 시키기로 했다.
128구 모종판에 하나씩 옮겨 심었다.
한 판만 하고 시간이 늦어서 중단했다.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한다.
모종에 물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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