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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농사일지

03/14 밭 정리

by 음악감독 2024. 3. 14.

 

어제 바퀴가 빠져서 꼼짝도 못하던 우리 트럭을 구하러

전 이장님네 축사에 있던 트랙터가 출동했다.

슬링벨트로 트랙터 집게와 트럭을 연결하고 슬쩍 당기니

트럭이 미끄러지듯 끌려 나온다.

힘이 좋다.

10분만에 상황 종료.

계속 신경 쓰였는데 이제 안심이 된다.

 

트럭을 밑으로 옮기고 다시 4번밭 두둑 작업 시작.

낮 기온은 무척 많이 올랐는데

바람이 좀 있는 날이라서 그리 덥지는 않다.

작년 봄에는 흙 속에서 월동 중이던 참개구리 때문에 괭이질이 힘들었는데

올해는 참개구리를 한 마리도 못봤다.

참개구리 대신에 지렁이 여러 마리가 괭이날에 잘렸다.

11시 조금 넘어서 오전 작업 종료.

 

밭에서 나오다가 옆 산에 잠시 들러서 땔감을 조금 주워왔다.

든든하다.

 

집 마당에는 매화가 나무 가득 피었다.

동백 꽃봉오리가 많이 커졌다.

곧 벌어질 듯 색깔도 붉어진다.

밥 챙겨먹고 다시 4번밭으로 향했다.

 

 

 

작년에 멧돼지의 습격을 받고

두둑 위에서 줄 맞춰 자라고 있던 구억배추들이 전부 뒤집어지고 밟혔었다.

겨우 뿌리를 내리고 몇 포기 살아남은 애들은

겨울동안 고라니에게 잎을 전부 뜯어 먹혔다.

오늘 구억배추 한 포기에서 꽃대가 삐죽 올라온다.

곧 꽃이 피겠지.

희망이 생긴다.

씨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죽은 줄 알았던 적겨자도 다시 살아나는 중이다.

노지에서 무사히 월동에 성공했다.

 

살아남은 구억배추 잎에서 벼룩잎벌레를 발견했다.

벼룩잎벌레는 다른 밭에서는 보이지 않고

여기 5번밭에서만 발견된다.

그나마 가을이 아닌 초봄에 벼룩잎벌레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벼룩잎벌레는 성충으로 월동한다.

 

이른 봄에 흙 주위에서 자주 보는 벌레다.

작은모래거저리.

마른 흙 위에 있으면 찾기가 어렵다.

육식은 아닌 것 같고

썩어가는 식물성 유기물을 먹을 거라고 추측이 되지만

관련 정보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흙 속에서는 청딱지개미반날개가 아주 많이 돌아다닌다.

성충으로 월동하는 녀석들이니

날이 풀리면서 막 활동을 시작했을 거다.

화상벌레라고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벌레지만

멸구나 매미충 종류를 잡아먹는 육식성 곤충이다.

숫자가 많으면 당연히 농사에 크게 이롭다.

 

두둑을 좁히는 작업은 5시쯤 마무리했다.

심을 곳이 없어서 일단 여기에 심긴 했지만

넓은 두둑을 차지하고 있는 마늘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다.

마늘을 수확하고 땅콩을 심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밭이 바뀌고 집을 이사하면서 작부체계가 많이 꼬였다.

내일부터는

구석에 쌓아 둔 참깻대와 콩대를 정리하고

울타리를 제거할 생각이다.

울타리 때문에 예초기를 돌리지 못하니

밭 위쪽 법면 풀들이 엉망으로 올라왔다.

 

집 마당에서는

아침에 잔뜩 부풀었던 동백 꽃봉오리가

슬쩍 벌어지기 시작했다.

 

 

머위 새순이 올라오는 시기다.

이제 막 올라오는 머위 잎을 따서

아내가 저녁 반찬을 만들었다.

향이 아주 강하다.

 

씨감자로 쓸 수미감자 두 박스를 오늘 받았다.

20kg 두 박스, 총 4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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