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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農學)

텃밭 해충 관리 - 2 (천적)

by 음악감독 2024. 3. 26.

네이버 카페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에서 제가 2021년부터 연재하던 글입니다. 

여기로 복사해서 옮겨옵니다. 

 

 

 

이 글은 초보 농부님들 혹은 무농약이나 유기농을 실천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작성합니다. 

해충을 잡는 방법이 아닙니다. 

농지의 생태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내용의 앞 뒤가 서로 이어지는 연재글입니다. 

이전 게시글을 먼저 읽고 이 글을 읽으시면 이해하는데 도움됩니다. 

 

 

 

 

[ 천적 ]

 

 

1. 천적이란?

 

어떤 생물체를 죽이거나, 번식 가능성을 억제하거나, 개체 수를 줄이는 기능을 하는 생물체를 말합니다. 

 

 

▲ 종다리(종달새, 노고지리)는 벌레의 천적입니다. 입에 들어갈 크기의 꼬물거리는 것은 다 먹습니다. 

보기가 쉽지는 않죠? 논과 밭이 주 서식지 입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과 깍지벌레의 천적입니다. 육식입니다. 

이십팔점박이 무당벌레처럼 초식 무당벌레도 있습니다. 농작물의 잎을 잘 갉아먹습니다. 

 

▲ 위 사진은 노랑무당벌레입니다. 식균성입니다. 

유충과 성충 모두 곰팡이 종류의 균을 먹고 살아갑니다. 농작물의 잎에 있는 흰가루병균을 다 먹어치웁니다. 

 

 

 

천적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포식성 천적만 생각하십니다. 

포식성 천적 뿐만 아니라, 기생성 천적, 병원성 천적도 있습니다. 

 

▲ 위 사진은 '싸리진디벌' 이라는 진딧물 천적입니다. 진디벌 종류는 대표적인 기생성 천적입니다. 

진딧물의 몸속에 알을 낳아서 미이라로 만들어버립니다. 유충이 다 자라서 진딧물을 뚫고 나오면 빈 껍데기만 남게 되죠. 

효과 없을것 같나요? 찔러서 알 낳는데 1초도 안걸리고, 진딧물을 찾아다니면서 알을 제법 많이 낳습니다. 

 

'콜레마니진디벌'은 농가에서 진딧물 제거에 많이 이용하는 천적 곤충입니다. 

공식적으로 수입해서 들어오기도 했고, 국내에서 대량 번식 기술이 개발되어 생산 공장도 여럿 있습니다. 

이전 게시글에서 이야기 했죠? 

천적 곤충을 구입해서 해충을 제거하는 농가도 제법 많습니다. 

주로 시설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분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이야기 하기가 편해서 자꾸 진딧물 이야기만 하게 되네요. 

어쨌든, 진딧물은 수없이 많은 천적이 있고, 발이 빠른것도 아니고, 방어무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빠른 번식속도가 유일한 생존 방법이죠. 

 

 

농작물의 해충 제거를 위해서 천적을 필요로 할 때, 기본적으로 생각하셔야 될 것들이 있습니다. 

천적은 해충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죠. 

해충이 없으면 당연히 그 천적도 없습니다. 혹시나 온다고 하더라도 곧 갑니다. 더 있다가는 굶어죽거든요. 

 

그런데, 해충이 있으면 당연히 농작물 피해가 있습니다. 

피해를 감수하면서 천적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천적이 몰려와서 해충을 다 먹어버린다면, 그 천적은 또 뭘 먹고 사나요? 다시 가버릴겁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천적유지식물' 이라는 개념입니다. 

 

 

2. 천적유지식물(Banker plants)

 

해충이 없을 때 천적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먹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식물을 천적유지식물 이라고 부릅니다. 

은행의 개념이죠. 계속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기능을 합니다. 

 

사실 이렇게 이름을 붙여가면서 기능을 이야기하는게 좀 웃기긴 합니다. 

이 모든 일들은 주위에 잡초가 없어서 생기는 일이거든요. 

앞서서 식물의 증산 작용 이야기 하면서 잡초의 역할에 대해 잠시 이야기 했습니다만, 

이름을 모를때는 잡초인것이고,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 훌륭한 기능성 식물이 됩니다. 

 

 

 

3. 해충을 키워봅시다

 

 

제목이 좀 이상하죠?

천적이 살아가려면 먹이가 있어야 하고, 그 먹이가 바로 해충입니다. 

우리가 재배하는 농작물이 충분히 자라기 전에 해충을 늘려줘야 천적이 모여들거든요. 

 

 

해충을 키우고 번식시킨다고 이야기를 하면 걱정부터 먼저 되실겁니다. 

그 해충이 내가 재배하는 농작물에 달라붙으면 어떻게 하죠?

그래서 조건이 붙습니다. 

 

 

▶ 다른 종류의 해충이 달라붙는 식물이어야 하고, 

 

▶ 같은 종류의 해충이 붙는 식물이라면 거리가 좀 떨어지는게 좋습니다. 

피해가 분산되거나, 적어도 농작물보다 해충이 더 좋아하는 식물이면 됩니다. 어차피 천적은 모여드니까요. 

 

다른 종류의 해충이라는게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가실겁니다. 

진딧물이면 다 같은 진딧물이 아닌가요?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살고있는 진딧물 종류만 해도 400 여 종이 넘습니다. 

(이거 무슨 진딧물이에요? 라는 질문은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 많은 진딧물이 다 같은 식물만 먹을까요?

진딧물 종류별로 좋아하는 식물이 있어서 그 종류의 식물에서만 먹이생활을 하고 번식합니다. 

(식물 종류의 범위가 넓은 곤충도 있고, 범위가 좁은 곤충도 있습니다)

모든 초식 곤충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기주식물 이라고 부릅니다. 

 

 

 

4. 기주식물

 

기주식물 (Host plant)이란

초식성 곤충이나 그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을 말합니다. 

 

곤충은 냄새로 기주식물을 찾아냅니다. 

해충의 공격을 받은 식물은 화학물질을 내뿜어서 천적곤충을 유인합니다. 

 

 

5. 해충의 양면성

 

밭둑에는 원래 제초제를 뿌리거나 제초매트를 깔아두는 곳인가요?

 

옛부터 밭둑에는 옥수수를 주로 심어뒀습니다. 

먹을수도 있지만, 먹으려고 심는게 아닙니다. 주 작물이 아니고 간식거리로 심습니다.

 

옥수수에는 진딧물이 많이 모여듭니다. 

옥수수테두리진딧물, 기장테두리진딧물 등이 주로 모여듭니다. 

이 진딧물들은 벼과(화본과)의 식물에서만 먹이활동을 합니다. 다른 종류의 식물(쌍떡잎식물)은 안먹습니다. 

 

이 때 옥수수테두리진딧물과 기장테두리진딧물의 기주식물은 벼과(화본과) 식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밭 안쪽에 고추를 심기 전에, 바깥에는 옥수수를 심어뒀을때

옥수수에는 진딧물이 많이 모여듭니다. 조금 지나면 무당벌레, 풀잠자리 등의 천적들도 모입니다. 

고추모종을 심을때는 이미 천적 활동이 왕성해지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진딧물은 1차로 천적들에 의해서 걸립니다. 

고추를 좋아하는 진딧물은? 들어오기 힘듭니다. 옥수수를 안먹기 때문에 근처에 안가거든요. 

밭 안쪽에 빈자리를 만들어서 조금 심으셔도 됩니다.

저번 게시글 '광합성'에서 알려드렸듯이 고추는 광포화점이 상당히 낮은 식물이라서 옥수수의 그늘은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이런일이 가능한 이유는

 

옥수수에 아무리 진딧물이 많이 붙어도, 그 진딧물은 고추에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고

진딧물의 천적들은 종류와는 상관없이 진딧물을 먹기 때문입니다. 

 

천적유지식물은 이런 역할을 하는 식물을 말합니다. 

 

▶ 옥수수가 주 재배작물이라면

옥수수테두리진딧물과 기장테두리진딧물은 해충이지만

 

▶ 고추가 주 작물이고 옥수수를 천적유지식물로 심었을 때는 

이 진딧물들은 우리에게 고마운 익충으로 작용합니다. 천적들을 증식, 유지시키는 기능을 하거든요. 

 

옥수수에 시커멓게 달라붙은 진딧물들을 고맙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기분, 상상해 보셨나요?

 

 

 

6. 옥수수에는 어떤 천적곤충이 찾아오나요?

 

무당벌레, 풀잠자리, 꽃등에의 애벌레, 좀벌이나 진디벌, 알벌

그리고, 이전 게시글에서 말씀드린 포식성 노린재 등이 찾아옵니다. 

 

 

 칠성무당벌레 

식욕이 아주 왕성한 육식 곤충입니다. 

깍지벌레와 진딧물을 잡아먹는 고마운 익충이라고 외국에서는 성모마리아의 딱정벌레 Lady bug 라고 부릅니다. 

 

 

 풀잠자리

애벌레와 성충 모두 진딧물을 잘 먹습니다. 응애, 나방알, 매미충, 깍지벌레도 잘 먹습니다. 

 

 

▲ 호리꽃등에 애벌레

꽃등에는 꽃을 좋아하지만 애벌레 시절에는 진딧물을 먹으며 생활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진딧물 방제용으로 상품으로 판매합니다.

 

 

 알벌

옥수수를 파고드는 조명나방의 알에 기생합니다. 조명나방이 옥수수를 찾아오면 곧 알벌 종류가 나타납니다. 

숫자가 늘어나면 고추에 해를 끼치는 담배나방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담배나방의 알에도 기생하거든요.

과실수를 재배하는 분은 옥수수를 심으면 도움됩니다. 

알벌이 세력을 늘리면 복숭아심식나방 숫자를 효과적으로 줄여줍니다. 

 

※ 옥수수에 덤벼드는 위와 같은 곤충들이 무섭다고 농약을 뿌리시면 모든게 물거품이 됩니다. 

※ 주 작물의 생장기간동안 천적유지식물이 계속 자라도록 순차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심으세요.

 

 

7. 천적유지식물을 조금 더 알아봅시다.

 

▶ 보리

보리를 천적유지식물로 활용하면 진디벌, 굴파리좀벌, 잎굴파리고치벌, 호리꽃등에, 사마귀 등의 천적을 유인합니다. 

옥수수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보리에 발생하는 진딧물은 딸기, 고추, 파프리카 등 대부분의 밭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천적들은 보리에서 진딧물을 먹으며 생활하다가 주 재배작물에 진딧물이 생기면 와서 먹습니다. 

시설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에

화분에 보리를 심어서 진딧물과 천적을 접종한 후에 실내에 지역방어 개념으로 군데군데 놓기도 합니다. 

천적이 주위에 있는 진딧물을 다 먹어치웁니다. 천적곤충을 구입해서 이런식으로 진딧물 숫자를 제어합니다. 

 

 

 

 

 

▶ 냉이

배추과(십자화과)에서 잘 번식하는 진딧물 중에는 '무테두리진딧물' 이 있습니다. 

냉이, 황새냉이 등에서 월동하다가 날이 따뜻해지면 무, 배추 등으로 이동해서 먹이활동을 합니다. 

냉이 종류를 밭 주위에 길러주면 항상 진딧물 숫자를 유지할 수 있고, 천적 숫자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배추과(십자화과)가 아닌 작물을 재배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추과(십자화과) 작물을 재배할 때에도 천적유인식물이나 해충유인식물로 사용가능합니다. 

 

▶ 괭이밥

괭이밥에는 괭이밥응애가 먹이활동을 합니다. 

괭이밥이 밭 주위에 있으면 응애의 천적들 숫자가 유지되고, 

농작물을 가해하는 잎응애 종류의 천적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 갈퀴나물, 살갈퀴, 헤어리베치, 얼치기완두

작물 재배 전까지, 혹은 그 이후에도 녹비작물(풋거름)로 재배하거나 주위에 심어두면

무당벌레 등의 천적숫자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고

고추 재배의 경우 초기 진딧물이나 총채벌레의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주위에 심어뒀다가 나중에 베어서 멀칭 재료 겸 질소비료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 

쑥에서 활동하는 쑥잎벌레 등 해충의 천적은 침노린재 종류입니다. 포식성 노린재입니다. 

쑥이 주위에 있으면 침노린재 숫자를 유지할 수 있고, 

토마토 등의 작물을 가해하는 가루이, 뿌리파리 등의 해충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 토끼풀

토끼풀이 주위에 있으면 무당벌레, 포식성 노린재, 기생벌, 풀잠자리 등의 천적곤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텃밭 농사철에 꽃이 항상 피어 있으면 

다양한 천적들이 살게 되어 해충의 밀도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목본식물

진딧물이 좋아하는 목본식물인 무궁화, 찔레꽃, 해당화, 배롱나무를 텃밭 주위에 심어 놓으면

상시적으로 천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찔레꽃으로 울타리를 만들어보셨나요?

새순을 진딧물이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무당벌레가 모여듭니다. 

가을이면 열매가 붉에 익어 먹이가 귀한 겨울철에 텃새들의 먹이로 활용됩니다. 

울타리 공간은 작은 새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맹금류로부터 피난처 역할을 합니다. 

 

나방의 애벌레는 구경하기 힘들게 될겁니다. 

 

 

 

그 외, 

천적을 유인하고 숫자를 유지시킬 수 있는 식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명 개화시기  무당벌레  기생파리  애꽃노린재  꽃등에  기생벌  풀잠자리 
 감국  늦가을        ▣    ▣
 고려엉겅퀴  늦여름-가을  ▣      ▣    ▣
 고수  여름-가을  ▣      ▣  ▣  
 금잔화  여름-가을        ▣    
 기린초  여름-가을        ▣  ▣  
 돌배/산돌배  봄    ▣    ▣    
 라벤더  초여름-초가을        ▣    ▣
 레몬밤  여름-가을    ▣    ▣  ▣  
 메리골드  여름-가을  ▣      ▣  ▣  
 메밀  초가을  ▣  ▣  ▣  ▣  ▣  ▣
 미역취  늦여름-가을      ▣  ▣    
 민들레  봄, 가을  ▣      ▣    ▣
 배초향  늦여름-가을        ▣    
 베르가못  여름    ▣    ▣  ▣  
 산꼬리풀  여름  ▣      ▣    
 산국  가을-늦가을        ▣    ▣
 서양톱풀  여름-초가을  ▣      ▣  ▣  ▣
 스피어민트  여름  ▣  ▣    ▣  ▣  ▣
 엉겅퀴  늦봄-초여름  ▣      ▣    ▣
 오갈피나무  늦여름-가을        ▣    
 옥수수  여름  ▣      ▣    ▣
 익모초  여름-초가을  ▣          ▣
 찔레꽃  봄  ▣          
 참당귀  한여름-늦여름  ▣        ▣  ▣
 치커리  여름-가을        ▣    ▣
 캐모마일  늦봄-초여름  ▣  ▣    ▣  ▣  ▣
 코스모스  여름-가을        ▣    ▣
 토끼풀  늦봄-여름  ▣    ▣    ▣  ▣
 해바라기  늦여름-가을    ▣      ▣  ▣
 헤어리베치  여름-가을  ▣    ▣      

 

 

※ 자신이 재배하는 농작물에 어떤 종류의 해충이 주로 가해하고, 어떤 종류의 천적이 필요한지는 스스로 판단하셔야 합니다.

 

 

8. 천적유지식물 심는다고 해충이 알아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천적유지식물(Banker plants)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개념만 이야기 했습니다. 응용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수많은 연구자료, 논문, 적용사례 등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공부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식물이든 절지동물이든 생물을 다루는 일은 단순한 산술적인 계산이 통하지 않습니다. 

식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이해, 해충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발생주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최대화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농약을 사용하면 몸에 해롭다, 아니다 안전하다! 라는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음 게시글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만,

식물의 위치, 밀도, 세력에 따른 조절, 세세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어떤 해충이 주로 나타나고, 언제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되고, 언제 사라지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생태계와 해충들의 발생과정, 번식과정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농약을 쓰더라도 어떤 약제를 써야 할 지,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시기에, 정확한 양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