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에서 제가 2021년부터 연재하던 글입니다.
여기로 복사해서 옮겨옵니다.
이 글은 초보 농부님들 혹은 무농약이나 유기농을 실천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작성합니다.
해충을 잡는 방법이 아닙니다.
농지의 생태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머리말 ]
저 새는 해로운 새다 !
중국에서 마오쩌둥의 주도로 시작된 농공업의 대증산 정책이 있었습니다.
1958년 부터 시작된 대약진운동 입니다.
들쥐, 파리, 모기, 참새를 죽이기 위한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 이었습니다만
주로 참새 죽이기 운동이었습니다.
인민들에게서 노동의 결실인 곡식 낟알을 도둑질해가는 해충이라고 지정되었거든요.
참새잡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북과 냄비를 두드리며 내려앉는 것을 막았고, 둥지는 허물어졌고, 둥지 속의 새끼들은 죽임을 당했습니다.
새를 많이 죽인 사람에게는 표창장이 주어졌죠.
참새가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일원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참새가 거의 멸종 위기에 이르자
메뚜기를 비롯한 곡식을 먹는 곤충들이 감당할수 없을만큼 늘어났고, 곡식 생산량은 급감했습니다.
그 후 몇 년 동안 4천만명 이상이 대기근으로 굶어죽었습니다.
60여년이 지난 오늘
해충과 생태계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1. 해충이란 무엇인가요?
얼마전에 방음에 관한 게시글을 올리면서 '소음' 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그 어떤 소리도 소음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내가 좋은 음악도 남에게는 소음입니다.
잡초도 그렇고, 해충도 그렇습니다.
해충이란
인간에게 직 간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생물을 말하는 것이지만
'내가 싫어하는 벌레' 가 해충입니다.
나 자신에게 유익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유익하더라도 내가 싫은 벌레.
그것이 해충입니다.
2. 해충은 항상 해충 아닌가요?
노린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에게 노린재는 해충으로 분류됩니다.
이거 무슨 벌레에요? 라는 질문에는
죽여야 합니다. 약치세요. 라는 대답이 항상 따라오는 곤충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노린재고 생활상이 어떻냐구요?
대부분 그런것에는 관심 없으십니다.
▲ 위 사진은 '담배장님노린재' 라는 종입니다.
잡식성이지만 포식 성향이 강해서 자신보다 작은 곤충은 다 잡아먹습니다.
잎응애, 진딧물, 총채벌레, 나방의 애벌레 등을 먹습니다.
▲ 위 사진은 '밀감무늬검정장님노린재' 라는 종입니다.
완전 포식성이라서 진딧물 뿐만 아니라 방제하기 무척 까다로운 매미충까지 다 잡아먹습니다.
▲ 위 사진은 '애꽃노린재' 라는 종입니다.
진딧물, 총채벌래 뿐만 아니라 나방류의 애벌레까지 다 잡아먹습니다.
위에서 예를 든 세 종류의 노린재의 공통점은
우리가 방제하기 무척 어려워하는 해충들을 다 잡아먹는 습성이 있다는 점이고,
안타깝게도 유기농을 실천하는 농지에서만 발견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은 한번도 못 본 노린재일겁니다.
질문글에서 자주 올라오는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겠습니다.
"우리 식구가 먹을거라서 농약 안치고 농사지으려고 했는데 안되네요"
"농약 안쳤더니 먹을게 하나도 없어요. 내년부터는 그냥 농약 쳐야겠어요"
농약을 안 치려면 '그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냥 아무것도 안 합니다.
안전한 방법으로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도움됩니다.
3. 새가 줄어듭니다.
주택 앞마당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봄만 되면 우리 카페에는 뱀 이야기와 함께 애벌레 글이 올라옵니다.
이거 무슨 애벌레죠? 약치세요.
어떤 나무에는 애벌레들 수백마리가 모여서 식사중입니다. 징그럽습니다.
그런데, 참 궁금합니다.
참새와 제비는 어디서 뭘 하길래 이 푸짐한 식사거리를 그냥 두는 것일까요?
(제비는 주로 날아다니는 벌레를 먹긴 합니다)
직박구리는 이런 만찬을 그냥 두고 왜 과수원 농가에서 '죽여야 하는' 새가 된 것일까요?
제비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존재입니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기도 했고,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속담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제비가 잘 안보입니다. 처마가 없어서 제비집을 못지어서 그럴까요?
해충을 잡기 위해 뿌린 농약이, 해충을 잘 먹는 제비를 잡았습니다.
농약이 제비 몸속에 쌓이면 알을 낳아도 부화를 못하거든요.
숫자가 많고 세대 간격이 짧은 해충들은 금방 세력을 회복하고 저항성 종이 나타났지만
제비는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제비 숫자가 회복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긴 합니다.
4. 다양성
문화, 인종, 철학, 직업, 민족, 종교, 정치, 사상 등
다양성은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고,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다양성 또한 무척 중요하고,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면 쉽게 멸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바나나의 예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농업이라는 분야에서도 예외는 없습니다.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면 쉽게 멸종으로 이어지듯이
생태계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됩니다.
예를 들면
단일 농작물과 진딧물만 존재하는 텃밭 말이죠.
허허벌판에 모든 흙은 검은 비닐로 덮여 있고, 단 한 종의 식물만 재배됩니다.
내가 재배하는 농작물에 왜 이렇게 진딧물이 많이 생길까요?
먹을게 그것 뿐이라서 그렇고, 먹이사슬의 밑바닥 생물인데도 잡아먹힐 걱정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꽃등에, 풀잠자리, 무당벌레.
이런 곤충들을 텃밭이나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으신가요?
진딧물, 사과면충, 가루이 등의 킬러들입니다.
농약을 치면?
다 죽습니다. 진딧물은 한두마리 살아남아서 얼마 후면 곧 개체수를 회복하죠. 세대가 짧으니까요.
물론 생길때마다 계속 치면 됩니다. 돈과 노동력이 많이 드니 비용 대비 수익 계산만 잘 하면 됩니다.
진딧물의 한 세대가 어느정도 기간인지 짐작하시나요?
1년에 30세대 이상입니다.
지난주에 농약 뿌렸는데, 진딧물이 왜 이렇게 많지. 약이 잘 안듣나?
약은 잘 듣습니다. 다만,
지금 보이는 진딧물은 지난주에 본 진딧물이 아니라, 자식들입니다.
농약 덕분에 천적들이 다 죽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번식할 일만 남았죠.
5. 천적농법
어릴 때 친구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는 물도 돈주고 사먹는대. 기름보다 물이 더 비싸다네."
어느새 요즘은 물을 돈 주고 사먹는게 당연한 일이 되었지요.
천적 곤충을 돈 주고 사고 파는 시대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농약을 안쓰니 친환경 농법, 천적 곤충을 이용한 스마트한 농법이랍니다. 과학적으로 투입한답니다.
옳은 말입니다. 친환경이지요.
꽃을 심으면 꽃등에가 날아들고, 진딧물이 있으면 풀잠자리가 날아드는데,
우리의 텃밭이나 정원에서는 천적 곤충이 머물 곳이 없습니다.
그 흔한 개망초도 밭에서는 제초제나 예초기 공격에 살아남기 힘듭니다.
덕분에 우리의 천적 곤충은 텃밭이 아닌 바깥에서만 먹이활동을 하게 되죠.
그래서 돈을 주고 천적을 사서 뿌려줍니다.
6. 두려움
방 안에 나타난 바퀴벌레 한 마리를 잡는다고
바퀴용 에프킬라 한 통을 다 뿌려서 질퍽거리는 방을 만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마당 한쪽에 있는 장미나무에 나타난 나방 애벌레 한 마리를 잡으려고
농약을 뚝뚝 떨어지도록 뿌리는 분도 계십니다.
우리가 제어해야 될 것은
곤충의 숫자가 아니라
곤충에 대한 우리 마음속의 두려움이 아닐까요?
< 다음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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