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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農學)

텃밭 해충 관리 - 3 (유인/기피)

by 음악감독 2024. 3. 26.

네이버 카페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에서 제가 2021년부터 연재하던 글입니다. 

여기로 복사해서 옮겨옵니다. 

 

 

 

이 글은 초보 농부님들 혹은 무농약이나 유기농을 실천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작성합니다.

해충을 잡는 방법이 아닙니다.

농지의 생태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내용의 앞 뒤가 서로 이어지는 연재글입니다.

이전 게시글을 먼저 읽고 이 글을 읽으시면 이해하는데 도움됩니다.

 

 

 

1. 식물과 곤충의 대화법

1.1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데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 때문에 적이 공격해도 으르렁 거리거나 공격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방어하며 그 오랜 시간을 버텨왔을까요?

식물은 다른 생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화학물질을 분비합니다.

주위에 곤충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도 하고, 경쟁 상대가 되는 다른 식물의 침입을 막기도 합니다.

이것을 타감작용 이라고 부르고, 이 때 분비되는 물질을 타감물질 이라고 부릅니다.

(미생물도 타감작용이 있고 타감물질을 분비합니다. 미생물 생태계의 다양성은 특정 병원균의 대량 증식을 막습니다)

▶ 소나무의 타감작용은 제법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만큼 유명합니다. 주위에 다른 식물이 살기 어렵습니다.

▶ 토끼풀의 타감작용 또한 강력해서 주위의 잔디를 억제하며 세력을 넓힙니다.

▶ 우리가 피톤치드 라고 부르는 화학물질의 향도 나무가 만드는 타감물질입니다. 세균을 억제합니다.

▶ 푸른곰팡이는 페니실린 이라는 타감물질을 분비해서 주위 세균을 죽입니다.

▶ 감자 싹의 독성 성분인 솔라닌, 마늘의 항균 성분인 알리신. 모두 타감물질입니다.

1.2 식물은 냄새로 소통합니다.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자신의 번식과 생존에 도움이 되는 곤충을 멀리서부터 부르기도 하고,

공격을 받을 경우 재빨리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천적 곤충을 유인하기도 합니다.

▶ 송충이가 솔잎을 먹거나 배추벌레가 배춧잎을 먹으면, 소나무나 배추는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상처 부위에서 테르펜이나 세키테르펜 같은 휘발성 화학물질을 강하게 분비해서 말벌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휴대폰은 없지만 와서 처리해 달라고 문자를 보내는거죠.

▶ 잔디를 깎으면 상큼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잔디가 휘발성 화학물질로 만드는 경보음입니다.

▶ 진딧물이 식물에 붙어서 수액을 빨아먹기 시작하면 식물은 화학물질을 내뿜어서 기생벌을 부릅니다.

이런 종류 신호는 참새목의 작은 새들에게도 전달되어 식물을 갉아먹는 애벌레를 찾아오게 만듭니다.

▶ 식물은 뿌리와 붙어있는 곰팡이 균사를 통해 다른 식물과 곤충에게 의사전달을 하기도 합니다.

땅속에서 뿌리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균근은 식물들간의 통신망 역할을 합니다.

곰팡이는 이 역할과 더불어 유기물을 분해해서 식물에게 영양을 공급해주고

자신이 만들수 없는 탄수화물을 식물에게 공급받습니다.

▶ 흑겨자는 자신의 잎에 배추흰나비가 알을 낳으면 세포 조직을 괴사시켜 알이 제대로 부화되지 못하게 합니다.

양배추나방이 무더기로 알을 낳으면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기생벌을 부릅니다.

기생벌은 양배추나방의 알에 자신의 알을 낳습니다. 청부살인이 아닌 청부살충 입니다.

▲ 위 사진은 매미나방 애벌레 몸속에 알을 낳는 기생말벌입니다.

모든 식물은 이런 방법으로 곤충을 포함한 절지동물들과 소통하고 옆 식물과도 소통합니다.

사람은 먹이사슬에서 독립적이기 때문에 '생산' 의 개념으로 식물을 볼 수 밖에 없고,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것 뿐일까요?

식물은 곰팡이 이외에도 땅 속에 있는 미생물과 소통합니다.

어떤 종류의 미생물에게는 양분을 나눠주고 살 집도 제공하고, 어떤 종류의 미생물은 화학물질을 내뿜어서 접근을 막습니다.

1.3 다양성

▶ 식물을 잘 이해하고, 곤충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해충 관리의 시작이고

▶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천적을 포함하는 먹이사슬을 이어주는 과정이고

▶ 해충 관리와 미생물 관리를 포함한 텃밭 병해충 관리의 완성은

혼작(섞어짓기), 간작(사이짓기), 윤작(돌려짓기) 이라고 하는 작물 재배의 체계입니다.

페로몬(교미교란제 등)이나 농약(친환경농약, 유기합성농약 포함)은 단지 거들뿐입니다.

구시대적인 민간농법 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현재 농업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중인 아주 고난이도의 과학영농입니다.

2. 기피식물과 유인식물

2.1 기피식물

작물 옆에 향이 강한 식물을 심으면 해충에게 성적 혼란, 후각 혼란, 미각 혼란을 가져와

해충의 개체수를 줄이는데 뛰어난 효과를 발휘합니다.

메리골드, 한련화, 로즈마리, 라벤더, 바질, 민트 등 허브류와 향이 강한 산채, 약초를 기피식물로 활용 가능합니다.

물론 해충의 종류별로 반응이 다릅니다.

레몬밤바질은 벼룩잎벌레의 기피식물입니다.

벼룩잎벌레 기피식물을 배추 밭 가장자리에 심어 재배하면 벼룩잎벌레의 유입을 막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늘메리골드

메리골드는 토양선충과 해충에 기피효과가 있습니다.

마늘은 대부분의 농작물에 모여드는 해충들에게 기피효과가 좋습니다.

특히 장미 주위로 몇 뿌리 심으면 장미에 모여드는 해충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고추도 기피식물이 될 수 있습니다.

배추 사이에 고추를 심어주면 배추흰나비가 접근하는 것을 막습니다.

2.2 트랩식물 (Trap plant)

해충을 유인하는 식물로 '덫식물' 이라고도 하며,

해충을 유인한 후 친환경 약제나 천적을 활용하여 해충을 방제할 수 있습니다.

재배하는 농작물보다 해충의 선호도가 높은 식물을 유인식물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 콩의 경우

주변에 녹두를 심으면 노린재가 유인됩니다.

밭 가운데 콩을 심고 바깥쪽에 녹두를 심으면 노린재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배추, 무, 양배추 등 배추과(십자화과)를 가해하는 벼룩잎벌레가지가 트랩식물로 유용합니다.

▶트랩식물은 천적 곤충의 정착을 도와주므로 천적유지식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총채벌레류는 트랩식물로 보리, 갓, 자운영, 메밀, 유채, 가지, 국화, 깨, 애플민트 등이 가능합니다.

지난 게시글에서 말씀드렸던 천적유지식물 그 어떤 종류라도 트랩식물로 활용 가능합니다.

3. 푸쉬-풀 (Push-Pull, 밀고 당기기) 전략

주 작물 곳곳에 회피식물을 심어 해충을 밀어내고, 작물 주위에 유인식물을 심어 해충을 밖으로 유인하는 전략입니다.

기피(Push)와 유인(Pull)을 사용하여 해충 행동을 변형시킵니다.

 

▶ Push(기피) 자극원

시각 혼란, 비 기주 냄새, 합성기피제, 항집합페로몬, 경계페로몬, 섭식저해제, 산란저해제, 산란방해페로몬

▶ Pull(유인) 자극원

시각 자극, 기주 냄새, 성페로몬, 집합페로몬, 섭식자극제, 산란자극제

▶ 자극원 구현체

- 천연물 혹은 천연물 유사 합성물

- 식생의 다양화 (간작, 유인작물 재배)

- 비선호 품종 재배

- 작물의 방어 유도

- 트랩 사용

4. 천적유지식물과 푸쉬-풀 전략의 응용

4.1 콩 재배

콩밭 둘레에 노린재류의 선호작물 금성녹두와 청자콩을 6월 중순에 2골씩 동일한 시기에 파종을 하고

녹두에 꽃이 피면 녹두와 콩밭 사이에 방충망을 깔아둡니다.

녹두 성숙시(7월하순)에 노린재가 모여들면 이슬이 마르기전 이른 새벽에 노린재가 움직이지 않을 때

유인작물에만 망을 씌워서 노린재의 이동을 막고

한낮(10시~11시)에 노린재가 올라와서 방충망 위쪽에 붙게 되면 노린재가 모여있는 곳에만 방제 약제를 살포합니다.

다음날 망을 벗겨서 유인작물과 콩 사이에 보관합니다.

5일~10일 후 노린재가 모여들면 위 방법을 반복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총 3회~4회 정도 반복할 경우

약제 비용을 80% 정도 줄일 수 있고, 피복망 가격을 포함하더라도 전체 비용을 크게 줄이고 수확량을 훨씬 늘릴 수 있습니다.

피복망은 몇 년 간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주 재배작물에는 살충제 처리를 하지 않고 노린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물론 유인작물에 살충제 처리를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입니다.

4.2 토마토 재배

▶ 주변에 가지를 심으면 황화잎말림바이러스의 매개충인 담배가루이를 아주 효과적으로 유인할 수 있습니다.

가지는 담배가루이가 토마토보다 더 좋아하는 기주식물입니다.

가지의 키가 클수록 유인 효과는 더 좋습니다.

레몬밤 화분을 이용해서 담배가루이를 유인할 수도 있습니다.

토마토가 어릴 때는 레몬밤 식물체를 플라스틱 화분에 담아서 골(이랑과 이랑 사이)에 10m 간격으로 배치하고

토마토가 다 자란 뒤에는 과일 수확상자를 이용해서 땅 위 50cm 지점까지 높여줍니다.

담배가루이 밀도가 레몬밤에 심하게 높아지거나, 레몬밤이 죽으면 촘촘한 망을 씌워서 제거하고 새 화분으로 교체하면 됩니다.

시설하우스에서도 유용합니다.

제라늄은 담배가루이, 총채벌레의 기피식물입니다.

안개초는 담배가루이, 총채벌레의 유인식물입니다.

▲ 토마토 하우스에서 보조식물체 처리에 따른 담배가루이 밀도 비교

기피식물의 경우 작물 재배용 하우스 안쪽 주변에 식재하여 해충의 유입을 억제할 수도 있고,

유인식물의 경우 작물 재배용 하우스 외부에 식재하고 토양처리용 침투이행성 살충제를 처리하여 유인된 해충 방제가 가능합니다.

4.3 노지 고추 재배

1) 헤어리베치 동반재배

▶ 가을철에 이랑을 미리 만든 상태에서 헤어리베치를 파종합니다.

▶ 고추를 심을 때 주변 90cm 범위만 부분 경운합니다.

▶ 고랑의 헤어리베치를 남겨둔 채 경운부분만 비닐피복하여 모종을 심습니다.

- 고추 재배 전부터 유지된 헤어리베치 식생에 의해 고추 재배지에 초기 천적 (무당벌레 등)의 밀도가 증가합니다.

- 진딧물, 총채벌레 등 해충의 발생이 줄어들고 생산량이 증가합니다.

- 녹비작물의 역할 뿐만 아니라 토양의 물리화학적 성질 개량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2) 얼치기완두 피복재배

▶ 가을철에 이랑을 미리 만든 상태에서 얼치기완두를 파종합니다.

▶ 얼치기완두를 피복작물로 사용하여 그대로 두고 고추를 생산합니다.

▶ 얼치기완두는 여름 고온기에 자연 고사합니다.

- 겨울 혹한기 거미류, 풀잠자리류 등 천적을 보호하고 숫자를 유지합니다.

- 고추 생육 초기 진딧물 발생을 억제합니다.

- 밭 작물 재배에서 비닐멀칭과 제초제 사용을 대체 가능합니다.

- 경지보전 및 생태계 보호에 기여합니다.

4.4 노지 배추 재배

1) 배추 밭 주위에 다른 동반작물을 주위작으로 재배하여 잎벌레의 유입을 억제합니다.

배추 이랑 끝 및 가장자리 이랑에 레몬밤, 바질 등 기피식물 모종을 배추 정식 시 함께 정식하여 재배합니다.

( 이랑의 양 끝에 2주씩 50cm 간격, 양쪽 끝 이랑에 50cm 간격으로 심습니다)

2) 유인식물과 기피식물을 같이 재배하기도 합니다.

▲ 호밀-호밀 진딧물 유인

3) 해충 선호도가 다른 작물을 교차해서 재배할 경우 해충의 유인 및 이동을 방해하여 해충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쑥갓과 적겨자는 비단노린재류, 배추잎벌레, 진딧물의 기피식물입니다.

4) 밀원식물을 같이 재배하기도 합니다.

 

▲ 배추좀나방의 천적을 유인하기 위해 메리골드나 메밀을 같이 심기도 합니다. (모종 정식 2주전 파종)

 

▲ 메리골드를 밭 주변에 심어 노린재 침입을 억제합니다.

▲ 바질을 밭 주변에 심어 잎벌레 침입을 억제합니다.

5. 새를 이용한 해충관리

봄마다 나비, 나방류의 애벌레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은 새를 불러보세요.

새는 제일가는 곤충 포식자로 봄철에 새끼를 키울 때는 단백질원인 곤충을 주요 먹이로 하므로

해충의 창궐을 억제하고 잡초 씨앗을 먹어 잡초도 줄여 줍니다.

박새는 육추기간 15일 동안 어미 한쌍이 약 5,200 마리의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참새는 풀씨와 곡류 등을 주로 먹지만 번식기인 봄에는 매일 80~120 마리의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새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텃밭과 주변에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식물, 쉼터(울타리 등), 인공 새집, 새 모이통 등을 설치합니다.

먹이식물로는 유채, 수수, 기장, 보리, 해바라기, 메밀, 들깨, 귀리 등을 심으며, 수목으로는 찔레꽃, 채진목, 팥배나무 등을 심습니다.

측백나무, 무궁화, 산초나무, 쥐똥나무, 회양목, 사철나무, 찔레꽃 등으로 울타리를 조성합니다.

물을 먹을 수 있게 연못을 만들거나 수반을 설치하며, 새 모이통을 설치하여 겨울철에 텃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이른 봄에 인공 새집을 설치하면 박새, 딱새 등이 찾아옵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