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에서 제가 2021년부터 연재하던 글입니다.
여기로 복사해서 옮겨옵니다.
벌레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것이 속한 생태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넓혀줍니다.
모른다는 것은 두려움입니다.
그것은 굳이 벌레의 문제만은 아니죠.
이번 글은 '흡혈파리' 에 관한 글입니다.
전에는 누가 물렸다는 글을 보면 '쇠파리' 라는 댓글이 자주 달리더니
요즘은 '먹파리' 혹은 '샌드플라이' 라는 댓글이 많이 달리더군요.
댓글도 유행을 타나봅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벌레는 아니지만, 사람에게 공포심과 고통을 주는 벌레입니다.
그 공포심은 자극적인 기사로 조회수를 늘리려는 일부 언론의 영향, 유튜버의 영향도 큽니다.
공포의 살인진드기~ 공포의 흡혈파리~ 이렇게 제목을 적어놓으면 광고수입이 늘어나거든요.
잘 알고, 잘 대처하면 될 일입니다.
< 등에 >
'등에' 라는 곤충을 잘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일겁니다.
'꽃등에' 정도는 알고 계시겠네요.
파리목 등에과에 속한 곤충들을 '등에' 라고 부릅니다. (꽃등에 종류는 꽃등에과에 속합니다)
여러 종류의 등에가 있고, 포유동물의 피를 흡혈하는 종들이 많이 있습니다.
뭐라고? 등에가 사람 피를 빨아먹는다고? 이렇게 놀라시는 분들이 계실것 같습니다.
많은 종류의 등에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두 종류만 설명드립니다.
1. 소등에 tabanus trigonus coquillett
가끔씩 이 곤충에 대한 질문글이 올라옵니다.
대부분 '쇠파리' 라고 말씀하십니다. 옛날에는 다들 쇠파리라고 불렀습니다.
이 파리의 이름은 '소등에' 입니다.
소의 등에 잘 올라탄다고 해서 이름이 소등에 입니다.
오를 등(登) 자에 접미사 '에' 가 붙었다는 말이 있더군요.
어쨌든 7월~9월 쯤 나타나서 소나 말 등의 포유동물의 등에 올라타서 피를 빨아먹습니다.
크기는 대략 22mm ~ 29mm 정도 됩니다.
파리인데 왜 이렇게 크죠? 라고 생각되면 소등에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양이 쉬파리 종류와 닮아서 쉽게 안심합니다만, 이 녀석은 덩치가 훨씬 큽니다.
사람한테도 달려듭니다. 무시무시한 주둥이가 달려 있어서 물리면 많이 아프답니다.
'쇠파리' 라고 흔히 불리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쇠파리라고 불리는 곤충은 따로 있습니다. 밑에서 다시 설명 드리겠습니다.
소등에는 흡혈은 하지만 동물의 피부에 알을 낳지는 않습니다.
2. 왕소등에 Tabanus chrysurus Loew
파리 종류 중에서 덩치가 제일 큽니다.
몸길이는 23~33mm 정도 되어서 소등에보다 조금 더 큰 느낌입니다.
몸에 노란색이 많죠? 자세히 안보면 그냥 말벌입니다. 소등에와 색깔과 크기에서 차이가 납니다.
말벌이 달려들면 그걸 자세히 관찰하는 분들은 안계실겁니다. 도망가야죠.
그래서 왕소등에가 달려들면 아마도 대부분은 장수말벌로 착각할겁니다. 그만큼 위협적이고 무섭습니다.
물론 물리면 장수말벌 만큼 아프답니다.
왕소등에가 물었는데 말벌에게 쏘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주둥이가 커서 물리면 많이 아프지만, 등에는 말벌처럼 독이 나오는게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녀석도 마찬가지로 소나 말에게 붙어서 피를 빨아먹습니다.
< 쇠파리 > Hypoderma bovis
자세히 봐야 벌과 구분이 가능할겁니다.
노란털이 많아서 뒤영벌(호박벌)로 착각할 수도 있겠네요.
유충 시기에 포유동물의 피부 속에 기생합니다.
소나 말 등 가축의 다리나 발의 털에 알을 낳습니다.
알은 일주일 이내에 부화하고, 알에서 나온 유충은 동물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피부 밑에서 기생합니다.
동물의 몸 속에서 유충은 몸집을 키우며 이동하고 몇 달 후 등쪽 피부를 뚫고 바깥으로 나옵니다.
사람 몸에서도 기생이 가능하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이야기지만요.
성충의 입은 흔적만 남아있어서 먹이를 먹지 못합니다. 입이 없으니 물지도 않습니다.
수명은 5일 정도입니다.
소가 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근육손상과 함께 체중도 많이 줄어들고 크게 자라지도 못합니다.
소 가죽은 구멍난 소가죽이 되겠죠.
외국에는 여러 종류의 쇠파리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한 종만 있습니다.
요즘은 축산기술과 의학 발달로 인해 보기가 좀 힘들겁니다. 물론 우리나라 이야깁니다.
< 침파리 > Stable fly - Stomoxys calcitrans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종입니다. 마굿간 파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기는 대략 4 ~ 7 mm 정도 됩니다.
다른 파리 종류와 비슷한 크기라서 자세히 봐야 구분이 가능합니다.
큰 입 모양이랑 통통한 배 모양이 좀 다르죠.
8월~9월 사이에 번식을 많이 합니다.
어두운 곳을 별로 안좋아하고, 강한 햇빛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침파리에 물리는 장소는 대부분 햇빛이 강한 야외입니다.
모기는 암놈만 사람을 무는거 다들 알고계시죠?
침파리는 암 수 구분없이 흡혈을 합니다.
소, 말, 다른 포유동물, 사람, 조류, 파충류.... 가리지 않습니다.
침파리의 대부분은 소의 발목에 붙어서 피를 빨아먹습니다.
그곳이 피부가 제일 얇기도 하고, 몸을 털거나 꼬리를 이용해서 쫓아내기 어려운 곳이거든요.
꼬리를 돌려서 엉덩이 주위를 툭툭 치거나, 다리를 움찔움찔 하거나, 자주 몸을 터는 소들을 보신적이 있죠?
괴로워서 스트레스 받는 중입니다. 침파리나 소등에가 달라붙어서 피를 빨아먹는 중이겠죠.
병원에서 주사 맞을 때도 굵은 바늘로 맞으면 더 아프죠?
빨대가 모기보다 굵기 때문에 물리면 많이 아픕니다.
썩어가는 퇴비, 볏짚, 목초 등 식물성 재료들이 있는 습한 곳에 알을 낳으러 오기 때문에
그런곳에서 일하실 때는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종종 겁도 없이 반바지 입고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두운 축사에서 돼지를 흡혈하여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돼지가 잡아먹거나 사료와 함께 섭취하는 방법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기도 합니다.
소등에도 마찬가지입니다.
< 먹파리 > Black fly - Simuliidae
먹파리는 파리목 먹파리과에 속하는 작고 검은 파리류의 총칭입니다.
21종 정도 알려져 있습니다.
성충은 모두 식물성 즙을 먹이로 하지만 암컷은 산란을 위해 흡혈합니다.
몸길이는 보통 1 ~ 5 mm 정도로 아주 작고, 대부분 검은 색을 띠지만 일부 황색 또는 오랜지색을 띠는 종도 있습니다.
따끔거려서 보면 너무 작아서 눈으로 구별이 잘 안되는 까만 벌레가 딱 붙어 있는데,
파리도 아니고 모기도 아니고 뭐지? 라고 생각된다면 먹파리 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떼어낸 자리에 피가 흐르고 있으면 거의 확실합니다.
암컷의 주둥이는 매우 짧지만 큰턱과 작은턱이 칼날 모양으로 피부를 손상시켜 흡혈을 할 수 있습니다.
모기처럼 피부를 뚫지 않고 피부손상으로 스며나오는 피를 흡혈하기 때문에
흡혈을 끝낸 먹파리가 날아간 후에도 피가 나고 핏방울이 맺힙니다.
유충은 흐르는 맑은 물에서 살 수 있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거나 오염된 물에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암컷은 일반적으로 개울이나 강물 속에 잠긴 돌이나 수초 등에 알을 낳습니다.
물속에서 우화한 성충은 물 밖으로 나와 발생장소 근처에서 바로 짝짓기를 하고
이후 식물즙 먹이를 찾으며 암컷은 곧이어 흡혈대상을 찾습니다.
흡혈은 낮에 이루어집니다.
주 흡혈원은 포유류와 조류 이지만, 극히 일부 무리는 사람을 대상으로 흡혈을 합니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상처도 아주 작게 생기고, 타액으로 인한 마비효과로 인해
물린 직후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액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과 염증 반응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점점 가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단체 공격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울 근처에서 예초기 돌릴때는 조심하세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처나 가려움이 좀 오래 가는 편입니다. 며칠에서 몇 주 동안 계속되기도 합니다.
먹파리에 물리지 않으려면 긴팔, 긴바지는 기본이고, 밝은 색의 옷이 유리합니다.
< 모래파리 > 샌드플라이 Sand fly
암컷이 흡혈합니다. 혈액 내 단백질을 흡수해서 알을 만드는데 사용합니다.
포유류, 파충류, 조류 등이 흡혈 대상입니다.
몸 길이가 3mm 전후로 아주 작은 편입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모기보다 작습니다.
다리는 길이가 아주 길고, 몸에 털이 많고 날개에도 털이 많습니다.
파리보다는 모기나 깔따구처럼 생겼죠? 날개에 털이 있어서 나방파리처럼 보일수도 있겠네요.
쉬고 있을 때는 V 자 모양으로 날개를 펴는 습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흔하게 발견되는 종은 아닙니다.
내륙 지방에는 잘 없고 해안가에 주로 서식합니다.
사람을 무는 깔따구라고 알려진 것은 알고보면 모래파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등에모기 > culicoides latreille
우리나라에 약 32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종류가 좀 많죠?
하지만, 더 있는데 아직 확인 못한 종이 훨씬 많을겁니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연구가 진척되면 종 숫자도 훨씬 늘어날거라고 판단됩니다.
너무 작아서 채집하는것도, 구분하는것도, 사진을 찍는것도 많이 어려운 곤충입니다.
등에모기는 중생대 백악기 때부터 있었답니다. 화석 기록이 있거든요.
종의 역사로 따지자면 은행나무 보다 더 오래된 종이네요.
등에모기의 크기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mm ~ 2mm 정도입니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크기입니다.
(사진은 크게 확대한 사진입니다)
일반 방충망 정도는 쉽게 비집고 들어옵니다.
동물이 숨 쉴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서 찾아옵니다. 와서는 빨대 주둥이를 꽂아버립니다.
등에모기는 포유류를 주로 흡혈하지만 종에 따라서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 다양한 동물을 흡혈하기도 합니다.
모기와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모기는 긴 빨대주둥이를 모세혈관에다 직접 꽂아서 흡혈하지만
등에모기는 턱 끝에 있는 톱니모양의 이빨을 이용해서 모세혈관을 찢고 거기서 새어나오는 혈액을 흡입합니다.
타액의 반응으로 부어오르거나 가려운것은 모기와 같습니다.
사진의 오른쪽이 등에모기 입니다. 왼쪽의 일반 모기와 비교해서 보면 등에모기가 얼마나 작은지 느낄 수 있습니다.
연못, 개울 등 물가의 가장자리, 진흙, 습기가 있는 배설물에 알을 낳습니다.
활동반경은 서식지에서 수백미터 이내로 좀 좁은편입니다.
< 파리매 >
사람을 무는 곤충도 아니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도 없는 곤충이지만
무섭게 생겼다는 이유로 종종 살충제를 뒤집어쓰는 곤충입니다. 참고로 올려봅니다.
모기, 파리, 나방, 나비, 말벌, 꿀벌, 풍뎅이, 잠자리 등...
자신보다 더 크지 않으면 무조건 달려들어서 체액을 빨아먹습니다.
가끔 더 큰 상대에게 달려들어서 성공하기도 합니다. 비행기술이 아주 좋습니다.
무서운 육식곤충입니다. 마당에 벌레가 많은게 싫은 분들은 파리매를 잘 보호해주세요.
사람을 물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보면 도망갑니다.
용기를 내어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손가락으로 툭 건드려보면 놀라서 도망갑니다.
물리면 아프다고 그러긴 하던데, 파리매를 맨손으로 감싸서 잡는 분들은 안계시겠죠?
살려고 버둥대다 보면 손을 물기도 할겁니다.
이상으로 흡혈을 하는 파리 종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벌레에 많이 물리는 분들은 주로 주말농, 취미농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반팔, 반바지에 심지어 슬리퍼 끌고 일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벌레들 밥 주러 가시는겁니다.
농사일 하다보면 벌레 좀 물릴수 있지. 라고 생각하시다가는 큰일납니다.
더운날에는 긴팔, 긴바지, 모자, 목에는 수건, 장화는 기본으로 하고 일을 해주세요.
특히 예초기를 사용하실때는 긴팔옷 위에 팔토시도 해주시는게 장갑과 옷사이로 침투하는 벌레를 막는데 좋습니다.
※ 벌레들의 사진은 저작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외국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물론 허락은 안받았습니다.
이 게시글은 가능한 카페 내에서만 소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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