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학(農學)

텃밭 토양 관리 - 16 (부식토와 피트모스)

by 음악감독 2024. 5. 21.

네이버 카페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에서 제가 2021년부터 연재하던 글입니다. 

여기로 복사해서 옮겨옵니다. 

 

 

 

다수확 농사비법? 이런 것은 아닙니다.

농사짓는데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생각되지만

읽고나면 뭔가 도움이 된 듯한, 그런 이야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내용이 이어지는 연재글입니다.

이전 게시글 확인 안하신 분들은 먼저 읽고 이 글을 읽으시는게 도움됩니다.

▶ 엄청나게 큰 잠자리가 날아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날개를 펼치면 그 길이는 70cm 정도였습니다.

'거대한 신경' 이라는 뜻의 「메가네우라」 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눈도 아주 컸고 다리에는 가시가 있어서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데 유리했습니다.

물론 아주 옛날, 지구상에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지금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화석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는 모든 벌레들이 다 컸습니다.

길이가 1m 가 넘는 지네도 있었고, 2m 가 넘는 노래기도 있었습니다.

▶ 매년 따뜻한 계절이 오면 카페 게시판에 노래기 글이 지겹도록 올라옵니다만

지금의 노래기는 그 옛날의 노래기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입니다.

2m 가 넘는 노래기라니, 끔찍하죠?

비록 지금은 인간의 세력에 밀려 해충 취급을 받고 살충제를 뒤집어쓰는 존재가 되었지만

노래기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 수억년 전부터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온 생존 전문가들 입니다.

한참 조상님들이죠.

 

▶ 곤충을 포함한 육지에 사는 절지동물은 폐 호흡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를 통해서 숨을 쉬고 들어온 산소를 혈액을 통해서 운반합니다.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산소는 혈관을 통해서 세포까지 전달되고 에너지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호흡에 사용하고 남은 이산화탄소는 다시 혈액을 통해 까지 전달되고 내쉬는 숨을 통해 밖으로 나가죠.

하지만 곤충을 포함한 절지동물은 폐가 없습니다.

기문 이라는 구멍을 통해서 공기 중의 산소가 몸 안으로 그냥 들어오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기관이라는 조직이 몸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있고, 공기중의 산소가 확산을 통해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우리처럼 근육을 움직여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뚫려 있는 구멍으로 그냥 자유롭게 산소가 들어오는 방식입니다.

능동적인 확산이 아니라 비능동적인 확산입니다.

심장과 혈관은 있지만 몸 속의 혈액은 사람의 혈액처럼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실어 나르지 않습니다.

 

▲ 애벌레에서 볼 수 있는 기문(숨구멍, spiracle)의 모습입니다.

난황유나 기계유유제, 비눗물 등이 가지는 살충 효과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문을 막아서 질식시키는 효과가 크게 작용합니다.

온 몸에 퍼져 있는 기문이 사람의 코 역할을 하니 흠뻑 젖도록 뿌려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콧구멍이 많이 있으면 몇 개를 막아도 죽지 않습니다.

▶ 이런 구조를 가진 벌레들이 그 옛날 거대하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바로 공기중에 산소 농도가 아주 높았기 때문입니다.

< 식물의 육상 진출 >

▶ 고생대 초기, 지구의 육지에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세균도 없었고 그 흔한 풀 한포기 없었습니다.

하지만 물 속에는 시아노박테리아나 녹조류, 갈조류 같은 생물들이 가득했습니다.

바다에서 살면 편합니다.

태양에서 오는 강한 자외선도 차단되고, 바다는 땅보다 온도변화도 심하지 않습니다.

부력이 있으니 몸집을 키우기도 쉽고, 무엇보다도 물을 얻기가 쉽죠.

이 중에서 가장 큰 문제,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자외선.

그것 때문에 생물들은 바다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외선을 차단하는 물질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앞 시간에 설명드린 시아노박테리아 이후 광합성 생물들이 늘어나면서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 산소 농도가 10% 정도 되면서부터

높아진 산소 농도로 인해 지구상에는 큰 변화가 생깁니다.

초기 지구의 대기에 풍부했던 암모니아(NH3)와 메탄(CH4)은

산소와 반응하여 기체상태의 질소(N2)와 이산화탄소(CO2)로 바뀝니다.

현재의 대기와 비슷하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산소분자(O2)는 자외선으로 인해 산소원자(O)로 쪼개지고,

산소원자(O)가 산소분자(O2)와 결합해서 오존(O3)을 만듭니다.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은 생물에게 무척 해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그 어떤 생물도 육지에서는 살 수 없었습니다.

물 속 깊은 곳에서는 자외선이 차단되기 때문에 생물들이 번성하고 있었죠.

하지만 높아진 산소농도로 인해서 오존이 만들어지고,

그 오존이 대기에 층을 만들면서 자외선을 차단하기 시작합니다.

▶ 자외선이 차단되면서 생물들은 크게 번성합니다.

자외선의 피해를 받기 쉬웠던 수면과 가까운 곳에서도 생물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한정된 서식지, 한정된 영양분으로 인한 경쟁도 치열해집니다.

바다를 넘어서 생물들이 육지로 상륙하게 되는 이유가 만들어진 셈이죠.

▶ 탈수 상태를 견딜 수 있는 큐티클 층을 가진 녹조류가 제일 먼저 육지에 상륙하기 시작합니다.

발이 달려서 육지로 걸어서 들어왔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천만년의 세월동안 물과 땅을 연결하는 습지를 통해서 진화해가며 활동영역을 넓혔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 식물이 육지로 상륙하게 되면서부터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동물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이 육지에 만들어집니다.

지금의 인간들이 지상에서 살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 만들어진 환경 덕분입니다.

그래서 식물의 육상 진출을 『생명 탄생 이후 가장 위대한 사건』 이라고 부릅니다.

< 육상 식물의 번성 >

식물이 육지로 올라온 이후 까마득한 세월이 또 지나고,

양서류와 절지동물, 그리고 양치식물이 육지를 뒤덮기 시작합니다.

육지로 상륙한 후 진화한 초기 식물들은 주로 양치식물 이었습니다.

▶ 초기의 식물들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뿌리가 발달하지 못해서 줄기의 일부가 뿌리를 대신하기도 했고

잎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서 줄기로 광합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잎이 진화해서 만들어진 꽃은 정말 긴 세월이 지난 후에 나타났죠.

하지만 식물이 육지를 가득 채우게 되자 경쟁이 시작됩니다.

동물들 사이에서만 생존경쟁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키가 크고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식물들은

다른 식물들보다 더 많은 광합성을 할 수 있었고, 포자(홀씨)를 더 멀리 퍼뜨릴 수 있었습니다.

▶ 양치(羊齒)식물은 포자(홀씨)로 번식하는 식물입니다.

톱날처럼 생긴 고사리 잎이 양의 이빨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현재 볼 수 있는 고사리가 그 때 양치식물의 후손들이죠.

쇠뜨기의 조상들도 이 때 생겨났습니다.

쇠뜨기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쇠뜨기도 노래기처럼 수 억년을 진화해 온 생존 전문가 입니다.

지구상에 여러번에 걸친 생물들의 대 멸종이 일어났지만 쇠뜨기와 노래기는 지금까지 살아남았죠.

지금의 고사리나 쇠뜨기의 크기를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그 때는 지금의 나물이나 잡초 수준이 아니었거든요.

현재 쇠뜨기와 속새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칼라미테스(calamites) 라는 식물은

키가 10m 이상이고 폭은 30cm 이상이었습니다.

 

▲ 수많은 화석을 근거로 그려낸 칼라미테스(calamites)의 모습입니다.

키가 30m 정도 되는 고사리도 있었고, 그것보다 더 큰 인목(鱗木) 이라는 양치식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식물들이 지구의 육지를 가득 채우는 시기가 오랫동안 이어집니다.

 

 

지구는 따뜻했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아주 높아서 광합성을 하는데 유리했습니다.

식물을 먹고 사는 대형 초식 동물은 아직 나타나기 전이었습니다. 한참 뒤에 나오게 되죠.

식물을 먹고 사는 딱정벌레도, 바퀴벌레도, 흰개미도 아직 없었습니다.

지네, 노래기같은 절지동물들이 덩치가 크긴 했지만 거대한 식물들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식물들이 미친듯이 몸집을 키우는데도 막을 생물들이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 넘쳐나는 식물 덕분에 산소 농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대형 잠자리와 대형 지네, 대형 노래기 같은 커다란 절지동물이 육지를 장악합니다.

질소 농도는 그대로인데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많아졌다는 사실,

그것은 공기의 밀도가 지금보다 높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엄청나게 큰 잠자리는

높은 밀도의 공기 덕분에 더 쉽게 공중으로 뜰 수 있었고,

높아진 산소 농도 덕분에 숨도 편하게 쉬었습니다.

 

< 석탄기 >

대륙은 하나로 붙어서 초대륙(판게아)을 이루던 시기였고

육지에는 물이 고여있는 습지가 가득했습니다.

진화의 초기였고, 양치식물들은 습지나 얕은 물 속에 뿌리를 내리는 종류였습니다.

그러니 덩치에 비해 뿌리는 무척 약했습니다.

식물들이 죽어서 넘어지면 물 속에 쌓이게 되고 오랜 시간동안 아주 두꺼운 층을 만들게 됩니다.

폭우와 바람에 의해 높은 곳에 있던 나무들도 쓰러져서 낮은 습지에 밀려오고 쌓이게 됩니다.

물 속이 아니라면 금방 분해될 수도 있었겠지만, 물 속에서는 산소가 부족해서 분해속도가 아주 느려지게 되죠.

그러니 저항성이 강한 왁스나 수지, 식물의 각질같은 물질들은 분해되지 않고 남아서 뭉쳐지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이런 물질들은 물에 잠겨 퇴적층 사이에 들어갑니다.

땅 속 깊이 묻히게 되면 온도와 압력으로 인해 다른 휘발성 물질들은 날아가게 되고

탄소질 물질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높은 탄소 비율을 가진 물질을 우리는 석탄 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이 시기, 지금 석탄이 많이 발견되는 지층을 만든 시기를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 라고 부릅니다.

▶ 육지를 뒤덮었던 양치식물들이 죽고 썩으면

몸을 이루고 있던 탄소(C)가 산소(O2)와 만나서 이산화탄소(CO2)를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썩지 않고 땅 깊은 곳으로 매몰된 식물들 때문에

식물의 몸을 이루던 탄소는 산소를 만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냥 땅 속에 들어가서 석탄이 됩니다.

석탄은 탄소 덩어리 입니다.

탄소와 만나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야 할 산소는 그냥 대기에 머무르게 됩니다.

▶ 대기중의 탄소와 산소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석탄이 만들어지면서 대기중의 탄소는 급격히 줄어들며 땅 속으로 들어갔고

산소 농도는 급격히 늘어서 35% 에 이르고 초대형 벌레들이 등장하는 원인이 됩니다.

현재 대기중 산소 농도는 21% 정도입니다.

석탄으로 땅 밑에 들어갔던 탄소는 사람들이 꺼내서 사용중이고

에너지를 만들면서 배출되는 탄소는 산소와 결합해서 이산화탄소를 만듭니다.

산소가 줄어들고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는 큰 원인이 됩니다.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증가는 요즘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상이변의 원인이 되고,

올 여름 유독 덥고 비가 많았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그것으로 인한 식물성 병원균의 갑작스런 대량번식, 요즘 카페를 뜨겁게 달구는 배추무름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대륙이 이동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죠?

거대한 식물들의 퇴적은 육지와 바다 경계부분의 습지에서 주로 이루어졌고

그곳에서 현재 석탄이 많이 발견됩니다.

고생대 석탄기 시절에 우리나라는 위 그림의 오른쪽 중간쯤에 있었습니다.

적도 부근이었죠.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나온 이후로 채굴하는 양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없어서 조금만 캐는 것은 아닙니다. 강원도에는 아직 엄청난 양의 석탄이 땅 밑에 있습니다.

< 석탄과 이탄 >

식물이 변해서 석탄이 되는 과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식물이 썩지 않고 매몰된 지층이 땅 속에 들어가면

그 위에 다른 퇴적물이 두껍게 쌓여서 가해지는 큰 압력과 지구 내부의 지열로 인해서

식물의 구성 성분인 수소, 질소, 산소가 대부분 날아가 버리고 탄소가 남게 됩니다.

탄소가 얼마만큼의 비율로 남아있는가에 따라서 이름과 성질이 달라집니다.

식물이 변해서 생기는 것이 석탄이니

석탄은 주로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 등의 물질로 구성됩니다.

전부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들어낸 탄수화물 입니다. 탄소가 포함된 화합물입니다.

휘발성분은 날아가고 남아있는 탄소의 비율에 따라

얼마나 불이 잘 붙는지, 얼마나 화력이 좋은지, 연기가 얼마나 나는지 등의 성질이 달라지는거죠.

이탄(토탄) ⇒ 갈탄 ⇒ 역청탄(유연탄) ⇒ 무연탄 ⇒ 흑연

이런 순서대로 이름이 붙습니다.

열과 압력이 오랜시간 강하게 작용할수록 점점 오른쪽으로 변하게 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탄소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흑연 때문에 궁금한 분들이 계실것 같습니다.

무연탄에서 탄화가 더 진행되면 흑연이 됩니다. 연필심으로도 사용되는 그 흑연입니다.

흑연은 석탄 진화의 최종 산물입니다.

전 세계에서 채굴 가능한 석탄 중 1% 정도만 무연탄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채굴되는 석탄은 전부 무연탄입니다.

그것도 흑연에 가까운 무연탄입니다.

무연탄은 석탄 중에서 열량이 제일 높지만 휘발성분이 적어서 느리게 탑니다.

그래서 연탄용으로는 아주 좋지만 화력발전소 연료로는 어울리지 않죠.

오늘 주제는 이탄 이니까

식물이 석탄으로 바뀌는 과정 중 첫 단계인 이탄에 대해서만 알아보겠습니다.

⊙ 이탄(토탄)

석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초기 단계가 이탄입니다. 토탄이라고도 불립니다.

이탄은 아직 석탄이 되기 전이라서 안에 식물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하 깊은 곳에서 열과 압력을 받은 상태가 아니라 지표에서 분해작용을 받은 것이라서

식물의 성분인 셀룰로오스나 리그닌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거죠.

말려서 불을 붙여보면 잘 타기때문에 연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고생대 석탄기의 식물 퇴적과 마찬가지로

식물들이 물에 잠긴 상태, 즉 혐기적인 환경에서 이탄이 만들어집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탄이 되기전에 곧 분해되겠죠.

 

이탄은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긴 세월이 흐르고 퇴적이 계속된다면 석탄으로 바뀔 수 있는 후보들이죠.

▶ 어떤 환경에서 이탄이 잘 만들어질지는 짐작하시겠죠?

미생물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면 됩니다.

일단 식물이 많아야 할테고,

미생물 활동이 느려지기 위해서는 기온이 낮을수록 좋겠죠.

그리고 식물이 썩기 전에 금방 물에 잠길 수 있는 환경이라면 될겁니다.

그런 곳에서는 아주 두껍게 이탄이 쌓이는 중입니다.

 

 

이와 같이

물이 항상 고여있는 습지에서 이탄이 잘 만들어집니다.

이탄이 만들어지는 습지를 이탄습지 라고 부릅니다.

이런 이탄습지 바닥에는 긴 세월의 흔적이 층층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우리나라 오대산에서도 이탄습지가 발견되면서 그 지역이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깊게 쌓여 있는 이탄은 시대별로 퇴적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기 때문에

중요한 연구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 배수가 안되고 외부에서 물 공급이 잘 안되는 격리된 지역에서는 습지가 주로 산성을 나타냅니다.

외부에서 영양공급이 안되니 미생물도 잘 번식할 수 없죠.

이런 지역에서는 이탄이 빨리 만들어지고, 그 이탄은 강한 산성을 나타냅니다.

▶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탄의 성질을 잘 알았고 다양한 용도로 이탄을 사용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이탄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어서 스카치 위스키를 만들 때 이탄을 사용합니다.

이탄을 태운 연기로 맥아를 건조시키는 거죠. 이탄을 태운 향을 맥아에 입힙니다.

그래서 스카치 위스키의 독특한 향이 만들어집니다.

⊙ 이탄은 유기물 함량이 아주 높습니다.

유기물이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남은 물질들이 많습니다.

전에 유기물 이야기하면서 설명드렸죠?

유기물이 땅 속에서 분해되고 남은 물질, 분해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 암갈색의 물질,

식물의 단단한 부분인 리그닌과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고분자물질.

부식(humus)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부엽토가 식물에게 아주 좋은 비료로 사용되는 이유는 부식(humus)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 부식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는 흙을 부식토 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설명드린 이탄은 부식토의 한 종류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탄은 연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탄은 농업에서 비료 혹은 퇴비로 사용됩니다.

▶ 이탄은 영어로 피트(peat) 라고 부르고, 이끼는 영어로 모스(moss) 라고 부릅니다.

▶ 이탄 중에서 이끼 종류가 주 성분인 것을 피트모스(peat moss) 라고 부릅니다.

피트모스는 이끼가 습지에 퇴적되어 만들어진 이탄입니다. 우리말로 「이탄 이끼」 입니다.

이탄습지를 가득 채우고 퇴적되는 식물은 주로 스패그넘(Sphagnum palustre) 이라고 부르는 물이끼 종류입니다.

10~30cm 정도 자랍니다. 제법 큽니다.

그 외에 잔디나 관목같은 식물들도 퇴적되어 이탄이 만들어집니다.

< 피트모스 >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 에 나오는 황무지, 무어랜드(moorland)는

위에서 말씀드린 이탄지(泥炭地)입니다.

땅 전체가 관목과 물이끼로 가득하고 그 식물들이 죽어서 습지에 쌓이고 긴 세월동안 퇴적되는 땅,

축축한 습기가 가득하고 곳곳에 고여있는 물 때문에 농사짓기 어려운 땅,

그래서 사람들이 정착해서 살기 어려운 땅.

무어랜드가 황무지라는 뜻은 아니지만

우리말로 번역하기에는 황무지라는 단어의 느낌이 소설의 배경과 더 어울렸나 봅니다.

지역에 따라 이탄이 만들어지는 습지 이름이 있고, 영국에서는 무어 라는 이름이 유명합니다.

 

▶ 이탄지는 전체 육지 면적의 3% 정도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군요.

이탄지가 많이 있는 곳은 러시아와 캐나다 입니다. 북유럽에도 이탄지가 제법 많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날씨가 서늘하고 습지가 많이 있는 곳입니다.

『폭풍의 언덕』 소설의 배경이 되는 영국에도 이탄지가 많이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적도 부근의 더운 나라에서도 이탄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은 물의 영향이겠지요.

 

▶ 피트모스가 많이 있는 나라들은 피트모스를 적극적으로 캐어내서 수출하고 있습니다.

 

 

잔디 농장에서 뗏장을 기계로 수확하듯이

피트모스가 충분히 많은 지역에서는 기계로 피트모스를 수확합니다.

우리나라는 상토를 만들거나 블루베리를 재배할 때 피트모스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캐나다에서 수입했지만, 요즘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유럽국가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필수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위험한 일입니다.

수출국의 정치적, 경제적 문제로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우리나라에서 모종과 묘목을 생산하는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거든요.

상토가 없으면 모종과 묘목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피트모스, 코코피트 등 상토의 주 재료가 전부 수입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농업 생태계에 다양성이 남아 있다면 대안이라도 있겠지만

효율성이 모든 것을 우선하는 시대에 다양성은 찾기 어렵습니다.

씨앗, 퇴비, 비료, 멀칭재료 등은 이제 농부가 직접 만드는게 아니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시대가 되었죠.

돈을 주고 사야 한다면 당연히 최고의 효율성을 가진 물건을 찾게됩니다.

전국의 농부들이 같은 씨앗과 같은 모종, 같은 퇴비, 같은 비료와 같은 비닐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해충 관리 게시글에서 천적곤충도 돈 주고 사는 시대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농사를 위한 흙도 돈을 주고 사는 것을 넘어서 외국에서 수입하는 시대입니다.

▶ 피트모스는 이끼가 물속에서 퇴적되어 오랜 세월동안 만들어진 이탄(토탄)입니다. 불에 잘 타는 흙입니다.

▶ 이탄은 부식토의 한 종류입니다. 부식이 많이 포함된 흙입니다. 잘 만들어진 부엽토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

※ 저작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본문에 사용된 사진이나 그림은 외국사이트에서 가져옵니다.

물론 허락은 안받았습니다.

이 게시글은 가능한 카페 내에서만 소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