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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農學)

텃밭 토양 관리 - 18 (부식 - 토양유기물)

by 음악감독 2024. 5. 30.

네이버 카페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에서 제가 2021년부터 연재하던 글입니다. 

여기로 복사해서 옮겨옵니다. 

 

 

 

다수확 농사비법? 이런 것은 아닙니다.

농사짓는데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생각되지만

읽고나면 뭔가 도움이 된 듯한, 그런 이야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내용이 이어지는 연재글입니다.

이전 게시글 확인 안하신 분들은 먼저 읽고 이 글을 읽으시는게 도움됩니다.

▶ 부식토 추출물로 만든 화장품이 출시되었습니다. 들어 보신분 계실까요?

기사를 몇 개 가져와 보죠.

▷ ‘풀빅 나노셀 리페어링 영양크림’은 부식토 추출액(FULVIC ACID)을 주성분으로, 항산화물질인 ‘그리놀(특허 제10-0820010호)’과

염증완화 및 피부진정에 효과가 있는 허브 추출물인 ‘스위스 에델바이스 캘러스 배양추출물’ 등으로 구성됐다.

영양크림의 주요 성분인 부식토 추출액은 일본, 유럽 등지에서 ‘회춘 천연물질’ 또는 ‘신의 선물’로 불리며 효과를 입증받았다.

▷ 코스메 데코르테는 수백년 혹은 수천년 동안 미생물이 분해, 발효, 퇴적되며 생성된 부식토를 천연수로 숙성시킨 후 마이크로 필터로 정제한 부식토추출물을 함유한 ‘피토튠(phytotune)’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 부식토 추출물로 만든 샴푸도 나왔습니다.

▶ 부식토 추출물로 만든 사료도 나왔습니다.

캐나다에서 직접 수입해온 부식토 추출물이네요.

▶ 부식토 추출물로 만든 비누도 나왔습니다.

▶ 부식토 추출물로 만든 비료도 나왔습니다.

▶ 부식토 추출물로 만든 생수도 나왔습니다. 시커먼 생수 입니다.

▶ 가끔씩 이렇게 선을 넘은 글들도 보입니다. 틀린 글입니다.

부식(Humus) 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앞서 유기물, 부엽토, 피트모스 관련 글에서 참 많이 이야기 했습니다.

유기물이 땅 속에 들어가서 분해되고 남은 물질, 리그닌과 단백질의 복합체.

그렇게 설명 드렸었죠.

위에 나열해드린 제품들 말고도 부식이 함유된 제품들은 엄청나게 많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만병통치약이고 신의 선물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더군요.

먼저 부식에 대한 학문적인 정의를 알아보죠.

< 부식(Humus)의 뜻과 종류 >

부식이란?

토양에 들어간 유기물이 긴 세월 동안에 분해, 축합, 중합되고, 산화되어 이중결합이 증가하고,

축합고리가 형성된 고분자화합물로서, 갈색-흑색의 유기교질 상태의 유기물을 말한다.

말이 좀 어렵습니다.

유기물을 땅 속에 넣으면 긴 시간동안 미생물이 분해하고나서 남는 까만 흙.

이렇게 이해하셔도 됩니다.

흔히 산 속에서 낙엽을 걷어내면 나오는 까만 흙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엽토에는 부식이 아주 많이 들어 있거든요.

피트모스에도 많이 들어있습니다. 화이트 보다는 블랙 피트모스에 훨씬 많이 들어있습니다.

부식은 고분자 화합물입니다. 이 말은 화학식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말입니다.

어떤 특정한 물질이 부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다양한 원인 물질이 복잡한 생성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화학적 조성과 물질 구조가 각각 다릅니다. 그래서 정확한 분자 구조를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생태계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하나씩 분자구조를 규명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식이 밭이나 산의 흙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피트모스 설명하면서 말씀드렸듯이 습지에도 부식이 있고, 강이나 바다의 퇴적물에도 많이 있습니다.

이탄이나 갈탄에도 부식이 많이 들어있죠.

물에서는 주로 오염물질과 결합하기 때문에 수돗물을 만드는 곳이나 폐수 처리 공정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짙은 갈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물에 부식이 많이 들어 있으면 오염된 물이라고 사람들은 느끼게 되거든요.

수돗물을 만들 때 염소 소독 과정에서 독성이 있는 부산물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 부식의 화학적인 구조를 명확하게 밝힐수는 없지만

다른 화학물질과의 반응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휴믹산 ( Humic acid, 부식산 )

산성 용액에는 녹지 않고, 물에는 거의 녹지 않지만 알칼리성 용액에는 녹는 고분자 화합물입니다.

갈색-흑갈색을 나타냅니다.

양이온치환능력(CEC)은 400~870 me/100g 정도 됩니다.

2. 풀빅산 ( Fulvic acid )

용액의 산도와 관계없이 잘 녹습니다. 알칼리성 용액이나 산성 용액, 물, 모두에게 잘 녹습니다.

황색이나 주황색을 나타냅니다.

양이온치환능력(CEC)은 900~1400 me/100g 정도로 아주 높습니다.

3. 부식탄 ( Humin, 휴민 )

알칼리성 용액이나 산성 용액, 어디에도 녹지 않습니다. 물에도 녹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다른 물질을 추출할 수 없는 고분자 화합물 입니다. 검은색을 나타냅니다.

다른 부식 물질에 비해 탄소가 많고 분자량이 아주 많습니다.

양이온치환능력(CEC)은 500 me/100g 이상입니다. 다른 부식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점토에 비하면 아주 높습니다.

4. 울믹산 ( Ulmic acid )

부식산 중에서 알코올에 녹는 부분을 울믹산 이라고 부릅니다.

부식(Humus) 중에서

휴믹산은 약 60%, 풀빅산은 약 10%, 부식탄은 약 20% 를 차지합니다.

농업에서는 주로 휴믹산풀빅산을 비료로 이용합니다.

효과는 아주 큽니다.

< 부식의 기능 >

1. 토양의 보비력이 커집니다.

보비력 이라는 말은 양분을 저장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땅에 비료를 주면 흙이 양분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흙이 가질 수 있는 만큼의 양분만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그냥 빠져버립니다.

양이온치환용량 (CEC) 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흙 알갱이 중에서 점토가 이런 역할을 한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죠?

부식은 점토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양이온치환용량이 큽니다. 붙잡을 수 있는 양분의 양이 아주 많습니다.

부식이 부족한 토양에서는 적은 양의 비료를 투입해도 전부 토양 용액에 녹아서 나오게 되고

작물의 뿌리는 염류집적에 의한 피해를 입습니다. 그래서 비료의 양이 많고 적음을 단지 비료의 양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습니다.

부식이 없는 토양, 양이온치환용량이 부족한 토양에서는 권장량보다 비료를 조금 써도 농작물에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부식의 이런 성질은 작물의 생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젬과 같이 비옥한 땅이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입니다.

외부에서 공급할 때만 양분이 작물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양분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공급하는 능력이 아주 좋습니다. 비가 와도 이 양분은 씻겨나가지 않습니다.

2. 토양의 완충능력이 커집니다.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능력입니다.

부식이 풍부한 토양에서는 외부에서 산성물질이 들어왔을 때 토양이 크게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흡수합니다.

외부에서 공급되는 물질에 따라 토양의 화학적 성질이 급격히 변한다면 그 충격은 작물이 그대로 받게 되겠죠.

완충능력이 큰 토양에서는 작물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부식은 토양의 완충능력을 크게 만듭니다.

3. 중금속의 유해한 작용을 줄여줍니다.

토양 속에 있는 중금속은 다른 오염물질과는 다르게 화학적인 방법이나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분해되지 않습니다.

토양 속에 있는 부식은 각종 유해 중금속들과 유기복합체(chelate, 킬레이트)를 형성하여

토양 중에서 이들의 활성을 줄여줍니다. 그래서 작물이 중금속의 해를 입지 않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농약이나 공해물질도 흡착하여 작물에 미치는 독성을 줄여줍니다.

4. 무기 양분을 공급합니다.

부식은 그 자체로 비료가 됩니다. 구조가 복잡한 만큼 다양한 성분들이 부식에 결합되어 있습니다.

토양의 환경변화에 따라 부식에 포함되어 있는 각종 무기성분들이 토양용액으로 녹아서 나옵니다.

그래서 부식이 많은 토양에 있는 작물은 지속적으로 양분을 공급받게 됩니다.

5. 토양의 보수력이 커집니다.

보수력이라는 말은 물을 저장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부식이 많은 토양은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아주 큽니다. 토양 속에 부식이 풍부하면 수분 증발량이 감소합니다.

부식이 많은 토양은 가뭄에도 피해가 적고, 비가 많이 올 때도 토양 유실이 적습니다.

부식이 없는 토양은 가뭄에 피해가 아주 크고, 비가 많이 오면 토양 유실이 많습니다.

6. 떼알구조를 만듭니다.

점토가 많은 토양은 공극이 부족하여 물빠짐이 어려워지고 뿌리의 호흡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부식이 충분히 공급되면 토양에서 대공극과 소공극이 균형있게 발달하게 되고 물빠짐과 뿌리의 호흡에 큰 도움을 줍니다.

부식은 토양의 떼알구조를 만들고 물리성을 개량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점토가 많은 흙에서 물빠짐이 안좋다는 이야기는 그 토양에 유기물과 부식이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하는 것은 그 토양의 토성 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해줍니다.

7. 인산의 유효도가 커집니다.

부식은 토양 중 유효인산의 고정을 억제합니다.

토양 중에 인산이 많다고 해서 전부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산은 무척 까다로운 양분이라서 땅에 뿌리면 환경에 따라 일정 부분이 흙에 결합하여 작물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것을 인산의 고정 이라고 부릅니다.

유효인산이란 고정되지 않은 인산,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의 인산을 말합니다.

토양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 그 어떤 비료도 소용이 없습니다. 인산도 마찬가지 입니다.

토양 속에 인산의 양은 엄청나게 많은데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인산은 하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산이 넘쳐나는데도 자꾸 인산 비료를 추가하는 일이 생깁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인산 고정을 막기 위해 킬레이트제나 유기산, 인 가용화 미생물을 계속 추가하라고 권장합니다만

원래 토양 속에서 부식이 하는 일입니다.

부식이 토양에 추가되는 것 만으로도 인산 비료를 공급한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부식은 인산고정의 원인이되는 알루미늄이나 철과 같은 금속이온과 킬레이트를 형성합니다.

부식은 인산이 토양에 고정되는 것을 막습니다.

8. 흙 알갱이에 포함된 무기 양분을 작물이 흡수할 수 있게 만듭니다.

부식 생성과정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유기산과 무기산은 토양 알갱이와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암석의 풍화와 토양 생성과정에 관여합니다.

부식이 풍부한 토양에서는 암석과 흙 알갱이에 포함된 무기 양분이 토양 용액으로 빠져나오고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뀝니다.

부식이 풍부하면 좋은 흙이 만들어지고, 흙도 비료가 됩니다.

9. 토양 온도를 올립니다.

부식은 점토광물이나 물보다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부식이 많은 토양은 주위 환경 변화에 의해 급격하게 토양 온도가 변하지 않습니다.

부식은 그 구성물질에 의해 짙은 갈색 혹은 검은색에 가깝게 됩니다.

부식이 많은 토양은 색깔이 짙어져서 다른 토양보다 태양 에너지를 잘 흡수하고 지온이 오릅니다.

10. 토양미생물의 활동과 번식이 왕성해집니다.

유기물이 부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좋아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고, 활동과 번식이 왕성해집니다.

부식에 포함된 영양분은 작물의 생장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토양미생물의 번식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11. 뿌리와 지상부의 생육을 촉진시키고 질병을 줄입니다.

토양미생물이 유기물을 부식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사산물이나 분비물에는

미생물의 성장을 빠르게 유도하는 비타민류의 생리활성물질과 성장 촉진제 뿐만 아니라

잡균의 활성을 방해하는 항생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식물 호르몬 같은 성장 촉진물질은 식물의 뿌리와 지상부의 생육을 촉진하고 질병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부식은

토양 속에 생존하는 병원균의 밀도를 줄이고, 식물 조직에 침투하는 병원균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 설명드린 내용 이외에도 부식이 작물에 미치는 좋은 영향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설명만 들으면 정말 만병통치약이죠.

위에서 설명드린 내용이 진짜인지 의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부식물질의 구조와 생성과정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식물질이 토양과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수많은 논문과 실험, 과학적인 검증 작업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요.

앞서 피트모스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축산업에서도 활용도가 아주 높고, 사료에 넣기도 합니다.

위에 예를 들었듯이 샴푸나 화장품으로도 풀빅산을 이용합니다.

농업에서는 부식 속의 휴믹산과 풀빅산을 추출하여 비료나 영양제로 만들고 상품으로도 나옵니다.

다만, 부식산이 나타내는 효과와 그 제품이 나타내는 효과는 서로 다를 수 있으니

어떻게 추출했고, 그 속에 얼마만큼의 부식산이 얼마나, 어떤 형태로 포함되어 있는지 잘 따져봐야 되겠죠.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지만

칼슘이 풍부한 멸치로 국물을 우려낸 잔치국수를 먹는다고 골다공증이 낫기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부식산이 포함된 제품의 효과는 크지만 결국 그것은 토양 속의 부식이 하는 일이고, 토양에 넣는 유기물의 역할입니다.

휴믹산이나 풀빅산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했을 때 효과가 아주 크게 나타난다면

그 제품의 효과와 우수성에 감탄할 일이 아니라, 본인 토양에 유기물이 없는 것을 한탄해야 합니다.

충분히 유기물을 공급했다면, 토양에 부식이 충분하다면, 외부에서 부식을 공급해도 별 차이가 없겠죠.

하루 세 끼 밥을 잘 챙겨먹는다면 비타민제를 복용해도 별 차이를 못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비타민제를 먹고 몸에 좋은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면

비타민제의 우수성에 감탄할 일이 아니라, 평소 식생활을 개선하셔야 합니다.

토양 유기물과 부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땅을 만들고 작물을 기르는 일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셔야 할 일이 바로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부식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만들어집니다.

< 토양유기물 >

현재 우리나라 밭 토양의 유기물 함량은 평균적으로 25g/kg 정도 됩니다.

퍼센트로 바꾸면 2.5% 정도입니다. 많이 부족하죠. 그나마 가축분퇴비 사용량이 늘면서 높아진 수치입니다.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가축분퇴비 과다 사용으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 밭 토양의 유기물 함량 변화 - 농촌진흥청

논 토양의 경우는 조금 더 심각합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 흰 비닐로 만들어진 커다란 덩어리들을 자주 보셨을겁니다.

곤포 사일리지라고 부르죠. 공룡알이나 마시멜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수확 후 남은 볏짚을 논 토양으로 돌려줬지만 요즘은 이렇게 비닐로 둘러싸서 발효시킨 후 가축 사료용으로 판매합니다.

논 토양으로 돌아가야 할 유기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유기물을 더 보충해줘도 부족한데 있는 유기물도 사료로 팔아버리니 문제가 되죠.

결국 지력은 바닥을 치고, 병해충은 많아지고, 농약 사용량 증가와 함께 쌀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효과까지 나옵니다.

매년 1200톤 정도의 사일리지용 폐비닐이 버려지거나 논과 밭에서 태워지기도 합니다.

일부러 유기물을 땅에 넣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유기물은 자연히 보급됩니다. 완전히 0% 가 되지는 않습니다.

작물의 뿌리가 남기도 하고, 부스러기가 떨어지기도 하고, 그것을 먹고 번식하는 미생물이 죽어서 유기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2.5% 정도라는 말은 가축분퇴비 이외에 따로 유기물을 땅에 넣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땅에 유기물이 풍부한지 아니면 부족한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셔도 되고, 땅이 부드러운지 딱딱한지 확인하셔도 됩니다.

땅에 유기물이 없어지면 그것을 먹고살던 미생물의 활성이 극히 낮아지게 되고, 그 결과로 땅이 딱딱해집니다.

부드러운 땅은 관리기나 트랙터가 만드는게 아닙니다.

부드럽게 기계로 갈아봐야 며칠 뒤 비를 맞고나서 마르면 똑같습니다. 다시 단단해집니다.

떼알구조가 만들어질 수 없으니 토양 공극이 사라지고 물은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위에 고이거나 흐르게 됩니다.

유기물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위에서 말씀드린 부식의 효과, 1번 부터 11번까지의 효과가 전부 반대로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 사람들은 왜 유기물을 밭 토양에 공급하지 않을까요?

1. 정말 몰라서 그렇습니다.

화학비료 공급이 확대되고 관련된 정보를 쉽게 얻기 시작하면서 잘못된 믿음이 생깁니다.

식물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 원소. 17개의 원소만 공급하면 식물은 잘 자란다는 믿음입니다.

유기물을 따로 공급하지 않아도 무기물(화학비료) 만으로도 식물은 잘 자란다는 말이죠.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정확한 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닙니다. 해석과 적용의 문제입니다.

필수 원소들을 비료의 형태로 땅에 공급한다 해서 식물이 그대로 먹는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대로 줘도 못먹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먹어서 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토양 내의 환경과 생태계는 관계가 복잡합니다.

심지어 식물에 따라 그 비료 성분의 비율을 계산해서 주는것도 아닙니다. 대부분 계산 같은 것은 안하실겁니다.

리비히는 식물의 영양이 무기화합물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처음 주장했던 화학자 입니다. 그 사람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오해하고 자기 편한 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식물의 필수원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원소는 질소, 인산, 칼리가 아니라 수소(H), 탄소(C), 산소(O)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광합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은 어떻게 식물이 흡수하는지 모릅니다.

복합비료를 쓰면 문제가 해결되는지 아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유기물 없이 무기물 만으로 작물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그런 환경은 양액재배를 할 때나 가능합니다.

흙에서 식물을 키우는 일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2. 가축분퇴비에 대한 믿음입니다.

토양에 유기물을 많이 공급하는 것가축분퇴비를 많이 공급하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토양의 유기물 함량을 5%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그 부족한 양을 가축분퇴비로 채운다면

현재 사용하는 양의 몇 배 이상 사용해야 하고, 그러면 작물은 다 죽습니다.

가축분퇴비는 비료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가축분퇴비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은 화학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 이상으로 작물에 치명적입니다.

3. 유기물이 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퇴비는 집집마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돈 주고 사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퇴비를 만드는 방법보다 싸게 구입하는 방법이 더 궁금한 시대입니다.

그나마 그 퇴비는 완숙퇴비가 아니라 미숙퇴비입니다.

시골에 살면 주위가 전부 유기물입니다. 그런데도 유기물이 없습니다.

귀한 유기물 공급원인 잡초는 이용해야 할 자원이 아니라 싸우고 없애야 할 적군이 되었고,

귀한 쌀뜨물은 하수구로 들어가고, 영양 가득한 음식물 쓰레기는 폐기물이 되었습니다.

소중한 우리의 똥과 오줌은 정화조로 버려지지만 소 똥과 돼지 똥, 닭 똥은 돈을 주고 삽니다.

수확 후 고춧대와 깻대는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불에 타버리거나 폐기물로 버려집니다.

농지는 방바닥이 아닙니다.

잡초와 유기물 찌꺼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밭은 보는 사람에게 만족감을 줄 지 몰라도

밭 토양과 그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에게는 최악의 환경입니다.

⊙ 토양유기물의 양을 늘리기 위한 방법

유기물 함량이 높은 토양은 유기물 함량이 낮은 토양보다 생산력이 큽니다.

토양유기물은 계속 분해되고 농작물 재배 과정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적어도 소모되는 만큼의 유기물은 보충해 주셔야 합니다.

1. 모든 식물의 잔사물은 토양으로 되돌려 주셔야 합니다.

2. 유기물이 토양으로부터 쓸려나가지 않도록 토양침식을 막아야 합니다.

3. 필요 이상으로 땅을 갈지 말아야 합니다.

4. 윤작(돌려짓기)을 통해 질 좋은 토양유기물이 많이 쌓이게 해야 합니다.

이런 방법들은 토양유기물을 땅 속에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입니다.

현상 유지가 아닌 토양유기물의 양을 보다 늘리기 위해 노력하실 분들은 매년 풋거름(녹비) 작물을 길러서 땅으로 돌려주세요.

수확하지도 않을 작물을 왜 재배하느냐고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토양유기물과 부식의 양을 늘리는 것은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

※ 저작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본문에 사용된 사진이나 그림은 외국사이트에서 가져옵니다.

물론 허락은 안받았습니다.

이 게시글은 가능한 카페 내에서만 소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