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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농사일지

05/23 울타리 설치, 보리콩 수확, 두둑 만들기

by 음악감독 2024. 5. 23.

 

어제 저녁에는 울타리 작업 때문에 고구마밭에 오지 못했다. 

오늘은 아침 일찍 고구마밭에 들렀다. 아래쪽 농수로에서 물을 떠다가 두둑 위에 조금씩 부어준다. 

며칠동안 계속 물을 줬더니 말라서 누워있던 고구마 잎들이 조금씩 일어서는 중이다. 

비 오기 전날에 심으면 이런 고생을 안해도 될텐데, 이번에는 심는 시기가 안맞았다. 작년에는 고구마를 심고 바로 비가 오는 바람에 좀 편하게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 

 

" 고구마 살았네 "

 

밭 위쪽 도로로 지나다니는 마을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지고 지나간다. 밭에 비닐 멀칭을 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뿐이라서 다들 관심이 많다. 

두둑 위에 누워서 말라있던 고구마 순을 계속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을 주다가 발견했다. 고구마 줄기를 누가 잘랐다. 

위쪽 잎이 아직 생생한 것을 보니 줄기가 잘린지 얼마 안지났다. 

 

누가 이랬을까?

 

벌레들 짓인것 같은데 확증이 없으니 그냥 짐작만 할 뿐이다. 작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저번에 고구마를 심고 남은 순을 한쪽에 모아서 던져뒀었다. 

 

바짝 말라버린 고구마 순 중에서 그나마 덜 마른 순을 가져다가 흙에 묻었다. 물을 주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 

 

 

 

 

두둑의 옆면과 고랑 바닥에서 파릇파릇 잡초들이 올라오고 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풀매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오늘 시간을 내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앉아서 호미로 풀을 긁었다. 

 

 

 

 

 

위쪽 도로와 연결되는 법면 근처를 호미로 두드리며 풀을 매다가 독특한 사실을 발견했다. 

 

호미로 바닥을 두드리면 지렁이들이 땅 속에서 튀어나온다. 

 

그냥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 튀어나온다. 지렁이답지 않게 빠른 속도로 땅 속에서 나온다. 호미로 바닥을 긁으며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지렁이들이 대여섯마리씩 튀어나오는 모습은 정말 다큐의 한 장면같다. 

 

빗방울이 땅 위에 떨어지면 그 진동을 느껴서 지렁이들이 밖으로 나온다던데, 이것도 그런 사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급하게 나올 이유는 없다. 

 

 

 

 

 

아침밥 챙겨먹고 오전 시간에는 어제 저녁까지 하다가 그만둔 울타리 작업을 마무리했다. 

 

양쪽 끝에 문을 하나씩 달았다. 

 

망은 바닥에서 15cm 정도 띄웠다. 

망이 바닥에 붙어 있으면 예초기로 주위의 풀을 베기가 너무 어려워진다. 날이 그물망에 걸려버린다. 바닥과 망 사이에 틈이 있으면 너구리는 쉽게 들어올 수 있겠지만 일단 고라니를 막는것만 신경 쓰기로 했다. 

 

울타리를 치고 나니 고추가 안전해졌다. 밤새 무사하다. 

 

 

 

 

황등에붙이가 울타리 지주대에 붙었다. 

 

 

 

 

풀색노린재가 망에 붙었다. 

 

곤충들은 망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나비같은 경우에는 망을 통과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가 있다. 우리가 볼 때는 그냥 위로 넘어가면 될 것 같은데 곤충들은 그러기가 힘든 모양이다. 딱정벌레 종류나 파리 종류는 그냥 망을 통과하려고 시도하다가 여러 번 걸린다. 

가끔 다리가 걸려서 꼼짝 못하는 녀석들도 보인다. 

 

노린재는 망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꽈리허리노린재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노린재가 망에 붙어 있다. 

 

 

 

 

고마로브집게벌레도 망에 걸려서 나가지 못한다. 

몸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울타리 작업을 마치고 4번밭에 잠시 들렀다. 아내가 종일 보리콩을 땄다. 

 

 

 

 

 

며칠동안 낮 기온이 30도 정도로 올라가면서 땅이 금방 말라버린다. 

긴호박 옆에 심었던 사과참외가 말라서 다 죽게 생겼다. 심고 나서 물을 주면 며칠은 버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땅이 금방 말랐다. 

급하게 옆에서 물을 떠다가 뿌리 근처에 부어줬다. 한 포기는 많이 말랐던데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며칠 먼저 심은 긴호박은 무사히 잘 살아있다. 잎의 녹색도 점점 진해지는 중이고, 줄기 숫자도 점점 늘어난다. 

뿌리를 잘 내린 모양이다. 

 

 

 

 

 

날이 너무 뜨거워서 그럴까?

감자 상태가 좋지 않다. 노지 밭에 그늘을 만들 수도 없다. 

 

낮 기온이 계속 30도를 넘어선다. 

 

 

 

 

 

오후에는 2번밭 두둑 만드는 작업을 계속했다. 

 

고추 윗부분이 점차 짙은 녹색으로 바뀌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광합성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물이 없으면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물 또한 뿌리로부터 충분히 공급받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아주심기 12일차 칠성초. 뿌리를 잘 내렸다. 

 

높은 기온은 감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만 고추에게는 별 문제가 안된다. 

 

 

 

저녁에 6번밭에 들러서 또 물을 주고 왔다. 

 

 

 

 

 

참깨 모종과 그린빈을 심은 두둑에 물을 주고, 두둑 만드는 작업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