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심 때문에 몬해묵것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부부가 같이 밭에 나와서 풀을 매고 계신다.
괭이질을 한참 하시다가 예초기를 매고 올라온 나를 보시더니 한마디 던지신다.
우리 5번밭 제일 아래쪽 밭, 5-3번밭에는 노인회장님이 얼마 전에 들깨를 심으셨다. 밭 구석에 들깨 씨앗을 줄뿌림하고, 이후 올라온 들깨를 하나씩 뽑아서 본밭에 옮겨심었다. 한참 동안을 축 늘어져 있던 들깨는 얼마 전에 비를 맞으면서 허리를 곧게 폈다. 들깨는 살아나서 다행이지만 문제는 풀이다.
작년에 고추를 수확한 이후 지금까지 빈 밭에 제초제를 서너번은 뿌리셨을거다. 그래도 풀이 올라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괭이로 고랑을 한참 동안 긁다가, 나중에 비 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초제를 한 번 더 뿌리신다.
마을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풀이다.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아침이다. 노란 왕소등에가 붕붕거리며 주위를 돌아다닌다. 공기가 축축하다.
엔진예초기에 줄날을 끼워서 볍면과 밭둑 풀을 깎으려고 시도하다가 중간에 그만뒀다. 얼마 전까지는 칡 줄기가 가늘었는데 오늘 보니 칡 줄기가 거의 새끼 손가락 굵기다. 줄날로 때려서 잘릴 줄기가 아니다. 예초기에 감긴 줄기를 푸느라고 진도가 안나간다.
밭둑은 바닥이 돌이다. 큰 돌이 여러 겹 쌓여 있다.
돌 바닥에는 이도날이 어렵고, 위쪽 칡 줄기는 줄날이 어렵고...난감하다.
칡 줄기가 없는 부분만 줄날로 깎고 아침 작업을 마무리했다. 회전수를 높였더니 예초기에서 열이 많이 난다.
아침밥 챙겨먹고 다시 5번밭으로 왔다.
이도날로 바꿔 끼우고 남은 부분 풀을 다 깎았다.
11시 30분쯤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작업 중단.
물을 제대로 못먹고 오래 버틴 밭벼.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분얼이 제대로 될 지 모르겠다.
색깔이 연하다.
물론 거름을 따로 주지 않고 심었지만, 물을 충분히 먹으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된다.
비는 잠시 그쳤다가 오후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밤 10시 현재 누적강수량 40미리.
충분한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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