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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농사일지

03/27 밭 정리

by 음악감독 2024. 3. 27.

 

늦잠 잤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날텐데 

요즘 자는 시간이 많이 늦다. 

 

오랜만에 반가운 해가 비친다. 

 

아궁이 불 때고, 모종에 물 주고, 잠두콩 싹 올라왔나 살피고, 

쌀뜨물과 요강을 액비통에 비우고, 

밭에 갈 준비를 한다. 

 

일찍 꽃을 피운 서양민들레는 

열심히 씨앗을 날려보내는 중이다. 

 

아침밥 챙겨먹고 5번밭으로 향했다. 

 

 

 

 

 

저 멀리 

작년에 들깨를 심었던 이장님네 밭에 

산불감시 트럭 한 대가 파쇄기를 싣고 왔다. 

 

몰래 들깻대 태우다가 산불 내는 일이 많으니 

산림청에서 파쇄 서비스도 해 주는 모양이다. 

 

신청만 하면

와서 들깻대를 잘게 잘라준다. 

 

 

 

 

" 자네, 접목 할 줄 아는가? "

 

우리 밭 위쪽 감나무밭 아재가 

괭이를 들고 올라오는 날 보더니 대뜸 물어보신다. 

 

인터넷을 보며 한참을 공부하신 모양인데

뭔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할 줄 모른다 했더니 영 아쉬운 표정을 지으신다. 

 

 

 

 

 

구억배추 꽃에 배추흰나비가 앉았다. 

 

 

 

 

 

 

별넓적꽃등에

 

성충으로 월동한 이 녀석들은 

몸을 움직일 수 있게되면 짝짓기부터 시도한다. 

 

암컷은 진딧물이 많은 곳을 찾아서 알을 낳는다. 

 

별넓적꽃등에 유충은 진딧물을 잘 잡아먹는다. 

 

 

 

 

 

 

괭이 소리에 놀라서 도망치는 

줄장지뱀 한 마리를 발견했다. 

 

동작이 무척 빠르다. 

 

벌레들이 많아지니 

벌레들 천적인 장지뱀 종류도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녀석은 풀 위의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아직 이른 봄, 3월이지만

밭의 생태계가 무척 다양해졌다. 

주위에 풍부한 잡초들 덕분이다. 

 

잡초를 다 없애고 단일 농작물을 심으면

특정 해충이 대량으로 번식할 수 밖에 없다. 

 

 

 

 

 

12시쯤 오전 작업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까지 흙에 물이 많다. 

질퍽거리는 흙이 괭이날에 붙어서 잘 안떨어진다. 

 

 

점심 먹고 다시 5번밭에 왔다. 

 

먹구름이 가득 끼면서 햇빛이 사라진다. 

 

햇빛은 오전에 반짝 나온 것이 전부였다. 

내일 비 소식이 있다더니

벌써부터 흐려지기 시작한다.  

 

 

 

 

꽃마리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꽃마리는 

냉이나 꽃다지처럼 꽃대를 높이 올리지 않는다. 

꽃은 

봄까치꽃보다 더 옅은 하늘색이다. 

 

 

 

 

 

흙 속에서 

담배거세미나방 유충을 발견했다. 

 

이녀석은 번데기가 아니라 유충으로 월동 중이다. 

아직 깰 만한 기온이 아닌지 

몸을 돌돌 말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청개구리는 몸 색깔을 자유롭게 바꾼다. 

 

가끔 

회색에 얼룩무늬의 청개구리를 만날 수 있다. 

 

 

 

 

 

 

4시 30분쯤 오후 작업을 마무리 했다. 

 

흙이 무거워서 진도가 잘 안나간다. 

내일 비가 온다고 했으니 

당분간은 두둑 작업이 어렵겠다. 

 

풀 자라는 속도가 빨라졌다. 

마음이 급해진다. 

 

 

 

 

 

오늘 캔 개망초. 

 

아내가 밤 늦게까지 손질하고 씻었다. 

 

 

 

 

 

아침에 확인했지만 

혹시나 싶어서 잠두콩 심은 곳을 다시 확인했다. 

 

흙이 갈라지면서 뭔가 나오기 시작한다. 

 

파종 23일차 잠두콩. 

 

반갑다. 

 

내일 아침이면 조금 더 올라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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