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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農學)

텃밭 토양 관리 - 1 (마사토)

by 음악감독 2024. 3. 28.

네이버 카페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에서 제가 2021년부터 연재하던 글입니다. 

여기로 복사해서 옮겨옵니다. 

 

 

 

다수확 농사비법? 이런 것은 아닙니다.

농사짓는데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생각되지만

읽고나면 뭔가 도움이 된 듯한, 그런 이야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 암석의 시작과 종류 >

▶ 태초에 암석이 있었습니다.

아주 옛날에

지구가 한창 뜨겁게 끓어오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그마의 바다에서는 무거운 물질은 가라앉고 가벼운 물질은 위로 떠오릅니다.

철이나 나켈 같은 무거운 물질들은 지구 중심부까지 가라앉아서 핵을 이루고

규산염이나 알루미늄 산화물 같은 가벼운 물질들은 위로 떠오릅니다.

지구가 점점 식으면서

대기중의 수증기가 물로 바뀌며 떨어집니다. 비가 내립니다.

땅은 점점 더 식고, 위로 떠올랐던 규산염이나 알루미늄 산화물은 단단한 돌덩어리가 됩니다.

마그마가 식어서 생긴 돌덩어리 입니다.

이 돌덩어리를 화성암 이라고 부릅니다. 모든 암석의 시작점입니다.

풍화작용으로 인한 돌 부스러기나 생물 등이 쌓여서 이루어진 암석을 퇴적암이라 부르고,

화성암이나 퇴적암이 열과 압력을 받아서 눌려지고 단단해지고 성분이 변화된 것을 변성암이라고 부릅니다.

퇴적암과 변성암은 긴 세월을 거쳐 땅 밑으로 들어가고

다시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으면 녹게 됩니다. 이 액체가 다시 올라와서 식으면 화성암이 됩니다.

이렇게 화성암과 퇴적암, 변성암은 서로 돌고 도는 관계입니다.

암석의 순환 이라고 부릅니다.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돌 이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 종류에서 출발합니다.

▶ 같은 화성암이지만 식은 위치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집니다.

땅 위에서 식으면 낮은 압력에서 급격히 식지만, 땅 속 깊은 곳에서 식으면 높은 압력에서 천천히 식습니다.

천천히 식은 암석은 결정이 아주 큽니다. 땅 위에서 급하게 식은 화산암과는 눈으로도 쉽게 구분됩니다.

화성암 중에서

- 땅 위에서 급하게 식은 암석을 화산암 이라고 부르고,

- 땅 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은 암석을 심성암 이라고 부릅니다.

이 심성암 중에서

규장질(규소,장석) 성분이 주가 되는 심성암. 그 중에서 가장 흔한 암석.

▶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화강암 입니다. 주로 밝은 색의 성분이 많습니다.

텃밭 이야기 할 줄 알았더니 뜬금없는 화강암 이야기를 왜 하냐구요?

돌이 흙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 화강암의 모습입니다.

▶ 지구의 표면, 지각을 가득 채운 돌덩어리는

비와 바람, 내부의 화학작용에 의해 갈라지고 부서집니다. 풍화작용 이라고 부릅니다.

지구상의 모든 흙은 돌덩어리들이 풍화작용에 의해 갈라지고 부서진 결과물입니다.

한 줌의 흙에는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운 긴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땅 위에 있는 흙을 조금만 파내면 단단한 암석이 나옵니다.

흙이 아주 두껍게 쌓여있는 지역이 있는 반면에

아주 얇은 흙 두께 때문에 농사짓기가 많이 힘든 지역도 있습니다.

흙은 한정된 자원입니다.

빗물로 인해 강과 바다로 쓸려가버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농부님들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 화강암과 석회암 >

▶ 우리나라는 화강암 지대가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 암석의 나이가 참 많다는 이야기지요.

물론 예외는 항상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석회암 지대가 존재하거든요.

강원도 남부, 경상북도 북부, 충청북도 제천이나 단양 같은 지역입니다.

제주도에는 화산암이 대부분이죠.

화강암의 특징은 엄청나게 단단하다는 것입니다.

단단한데다가 방향성도 없어서 쪼개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석굴암이나 다보탑을 세상 사람들이 극찬하는 이유도 바로 이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죠.

반면,

석회암이 많고 석회암이 변성된 대리암이 풍부한 지중해 인근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대리석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아주 부드러운 돌이고, 방향성이 균일하고, 섬세하게 조각하기 쉽거든요.

거기다가, 대리석의 주 성분인 방해석은 유리같은 광택을 내기 때문에 조각품의 질감도 아주 멋집니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다비드 같은 조각품 말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대리석이 없고 대부분 화강암이었다면?

그런식의 예술작품은 불가능합니다.

▶ 또 다른 차이점을 이야기 해 볼까요?

아주 단단한 화강암의 틈새로 흘러나오는 우리나라의 지하수는

바로 마셔도 될 만큼 맑고 깨끗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요.

화강암은 아주 강한 돌입니다. 침식 작용을 피할 수는 없지만, 물에 녹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석회암은 긴 시간에 걸쳐서 물에 녹기 때문에

석회암 지역에서는 지하수에 의해서 땅속에 석회동굴이 생기곤 합니다.

석회암이 많은 유럽 각국에서는 모든 물에 석회가 포함됩니다.

물만 뿌려도 석회가 공급되고, 원래 땅에 석회가 많으니

우리나라처럼 토양개량을 위해 석회 비료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요.

하지만 석회가 잔뜩 섞인 물은 마시기도 힘들고 빨래를 해도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맥주나 포도주를 만들어서 물 대용으로 마시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을 그대로 먹기 힘드니 수분이 많은 음식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리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죠. 물을 많이 써야 하는 쌀밥 대신 빵을 먹고, 국물을 선호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석회암 지대의 침식작용으로 이루어진 유럽의 넓은 평원은

맥주와 포도주, 빵의 재료가 되는 농작물이 아주 잘 자라는 환경이기도 하고,

물빠짐이 좋아서 밭농사는 쉽지만, 논농사가 어려운 환경이기도 합니다.

▶ 유럽 지역의 땅은 오래전에 바다였습니다. 중생대 백악기 쯤 입니다.

석회암의 기본 성분인 칼슘, 그 칼슘이 풍부한 조개와 산호, 플랑크톤 등이 쌓여서 이루어진 땅입니다.

산 꼭대기에서 조개 화석이 발견되는 바람에 그 원인을 찾느라 지질학이 발전하기도 했고,

산을 깎아내다 보면 소금 덩어리가 나오는, 그래서 그 암염을 수출도 하는,

그런 지역이 유럽입니다.

< 화강암의 풍화작용 >

▶ 푸석돌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그렇게 단단하던 화강암도 긴 시간 풍화작용에 의해 물러집니다.

물렁물렁 해지는게 아니라 금이가고 갈라집니다.

삽을 대고 발로 콱 밟으면 쑥 들어갑니다. 곡괭이로 찍어도 쑥 들어갑니다. 부서집니다.

화강암이나 화강편마암같은 돌이 풍화작용으로 인해 푸석푸석 해진 돌을 푸석돌 이라고 부릅니다.

경상도에서는 썩돌, 전라도에서는 썩비럭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푸석돌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큰 산 곳곳에서도 찾을 수 있고, 동네 뒷산, 낮은 야산에서도 흔히 보입니다.

분명히 돌덩이인데 양 손에 잡고 힘을 주면 힘없이 쪼개지는 돌.

본 적 있으실겁니다.

모래 같은 것들이 뭉쳐져서 생긴 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주 단단한 돌이 풍화작용으로 인해 부서지기 직전인 상태의 돌입니다.

이런 푸석돌이 부서져서 생긴 흙을 석비레 라고 부릅니다.

콩알만한 알갱이도 있고, 쌀알만한 알갱이도 있고, 더 작은 알갱이도 있고.

모래라고 부르기에는 좀 굵은, 자갈이라고 부르기엔 좀 어색한, 그런 흙입니다.

▶ 석비레가 농사짓는데 사용된 흙은 아닙니다.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나라의 밭에는 농사짓기에 알맞은 흙이 널려 있었죠.

석비레로 담벼락을 쌓아 올리기도 했습니다.

주로 건축 재료로 많이 쓰였죠.

석회와 섞어서 땅을 단단하게 다지는 용도로도 많이 쓰였습니다.

기와를 만드는데도 썼고, 길을 다지는 용도로도 썼습니다.

▶ 절집에서 싸리빗자루를 들고 새벽마다 앞마당을 쓸고있는 스님들 모습을 종종 보셨을겁니다.

옛날 사람들이 살던 한옥의 앞마당에는 항상 석비레를 깔아둡니다.

서양처럼 앞마당에 잔디를 깔아두거나 화단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식물 가꾸는 것을 싫어해서도 아니고, 정원 가꾸기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식물들은 주로 뒷마당에 있었죠.

한옥은 처마가 아주 깁니다.

덕분에 툇마루에 앉아서 비가 오는 것을 감상할 수도 있죠.

긴 처마가 주는 장점이자 단점은 그늘입니다.

앞마당으로 떨어지는 햇빛은 석비레에 의해 잘게 부서져서 처마 밑과 천장, 한지로 만든 창 곳곳에 스며듭니다.

난반사 라고 부르죠. 그늘을 없애줍니다. 눈이 부시지도 않습니다.

배산임수. 뒤에는 산이 있거나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한여름 석비레 위로 떨어진 열기는 강한 상승기류를 만들고, 집의 앞 뒤로 기압차이를 크게 만듭니다.

뒤쪽은 식물이 많기 때문에 항상 낮은 온도가 유지되고, 바람은 항상 뒷마당에서 앞마당으로 불게 됩니다.

대청마루에 나 있는 작은 바라지창은 그 통로 역할을 하며 바람의 속도를 높입니다.

부채 하나만으로 대청마루에 누워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과학적 원리.

그 속에 석비레가 한 몫을 합니다.

아주 길게 설명드렸습니다.

화강암의 풍화작용, 그 결과물인 푸석돌, 푸석돌이 부서져서 섞여있는 흙의 이름인 석비레.

▶ 석비레를 요즘 사람들은 『마사토』 라고 부릅니다.

< 마사토의 성질 >

▶ 마사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어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지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에는 없는 말이거든요.

일본어사전에 있는 마사고(まさご)에서 왔을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공식적으로는 굵은모래 라고 순화해서 쓰라고 권장합니다.

한옥 건축하시는 분들은 예전부터 석비레 라는 말을 쓰고 계시고

농촌진흥청에서도 공식적으로 석비레 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그냥 쓰면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모르니 주로 '마사토(석비레)' 이런식으로 씁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마사토 대신 굵은모래 라는 말로 바꿔서 쓰라고 권장합니다.

▶ 마사토로 구성된 흙은 물빠짐이 아주 좋습니다.

알갱이가 굵기 때문에 당연한 성질입니다.

알갱이 사이의 공간이 너무 커서 물의 응집력이 생기거나 모세관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빠짐이 좋다는 것은 큰 장점이기도 하고, 큰 단점이기도 합니다.

장점이라면 큰 비가 내릴때 밭흙 위에 물이 고이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단점이라면 물을 줘도 그때 뿐입니다. 흙 알갱이 사이에 물이 머무르지 못하니까요.

비료를 줘도 그때 뿐입니다.

비료는 물에 녹아서 이온상태일때 식물뿌리가 흡수할 수 있는데,

물이 머무르지 못하면 양분도 머무르지 못합니다. 줘도 못먹습니다. 줄때 잠시 먹을수는 있겠네요.

- 메뉴얼대로 비료를 줬는데 내가 키우는 작물들은 왜 이렇게 비료 효과가 없고 비실비실하죠?

- 고추 심었는데 물은 며칠에 한 번 줘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여러가지 다른 대답을 동시에 들을 수 있을겁니다.

땅 상태는 그 땅을 가꾸는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마사토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돌가루, 흙가루가 많이 날립니다. 분진이라고 부릅니다.

관리기나 트랙터로 밭을 한 번 갈아주면 또 부서지고 가루가 생깁니다.

돌덩어리가 그냥 잘게 부서져서 생긴 흙이 아니라, 풍화작용으로 인해 푸석푸석해지는 과정에 있는 흙이라서 그렇습니다.

물빠짐을 위해서 기존에 있던 밭흙 위에 마사토를 추가해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흙 위에 비가 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미세한 분진은 물에 씻겨내려가고 밑에 있는 밭흙 공극사이를 파고듭니다. 그 위는 진흙층을 이룹니다.

표면과 가까운 곳에서는 물도 마르고 비료도 머물지 못하지만

조금 내려가면 물도 고이고 비료도 쌓입니다.

물과 양분이 과한 곳에서는 뿌리가 썩게 되죠.

- 물과 비료를 계속 줬는데도 잎이 마르고 시들어요. 작물이 잘 못자라요. 어쩌면 좋죠?

이런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위에서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물 부족이고, 비료 부족인것 같거든요.

뿌리 아래쪽에서는 물이 넘치고, 양분과다로 힘든 상황이지만요.

사진찍어서 농약방 가면 살균제나 영양제 처방을 받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화분에 마사토를 넣고 식물을 기르시는 분들은 세척 후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빠지는 구멍을 막을 가능성이 줄어들거든요.

화분에서는 밭갈이를 안하니 잘 부서지는 일은 없습니다.

▶ 마사토는 크기에 따른 분류가 아닙니다.

주로 화강암 종류가 풍화작용으로 푸석푸석해지고 부서진 흙입니다.

재료나 성분에 의한 분류라는 말이 차라리 정확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보니 크기에 따라 마사토를 분쇄, 선별작업을 거친 후 판매하기도 합니다.

마사토 크기에 따라 미립, 세립, 소립, 중립, 조립, 대립 등의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백마사, 깡마사, 질마사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머리 아픕니다.

원예용 뿐만 아니라 워낙 다양한 곳에서 마사토를 사용하니 이렇게 이름이 많아집니다.

- 밭에 흙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마사토를 받으면 될까요?

어떤 마사토가 올 지는 받아봐야 알 수 있습니다.

주는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마사토의 뜻과, 받는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마사토의 뜻은 대부분 다릅니다.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은 보통 알갱이의 크기로 정하지만, 마사토는 크기에 따라 정해진 이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주는 혼란입니다.

▶ 밭흙이란 것은 원래 땅 위에 있는 것이었지만

덤프트럭으로 흙을 받아서 농사를 준비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마사토를 받아서 밭을 만들었는데, 뭘 해줘야 하죠?"

라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냥 가축분퇴비 잔뜩 뿌리고 뒤집어주세요. 그러면 기름진 흙이 됩니다."

이렇게 조언을 받게 될겁니다.

조언하는 입장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거든요.

마사토가 갑자기 좋은 밭흙으로 변신할수는 없으니까요.

밭흙에는 흙 알갱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부엽토라고 부르는 산 표면을 덮고 있는 흙에는

수천년 수천만년동안 부서지고 작아진 암석 알갱이와 함께

수억종류, 수천억 이상의 미생물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고,

수십년, 수백년 이상 분해된 유기물들이 들어있습니다.

모든게 빨리 진행되는 인스턴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좋은 흙을 만드는 것은 몇 년 안에 금방 되는 일이 아니라

평생 농부들이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